[대한경제=최장주 기자] 삼성화재가 ‘지수형 보험’을 선보이면서 보험시장에 새바람을 예고했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지난 7일 ‘출국 항공기 지연·결항 보상(지수형) 특약’을 출시했다.
이는 국제선 여객기가 결항되거나 2시간 이상 출발 지연될 경우, 지연 시간에 비례해 최대 10만원까지 보험금을 지급하는 특약으로, 사전에 정한 지표(지수)가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자동으로 보험금이 지급되는 국내 최초 지수형 보험상품이다.
지수형 상품은 실제 손실을 평가하지 않고 미리 정한 조건충족 여부만 살피기 때문에 신속한 보상이 가능하다. 강수량이 특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농작물 피해와 상관없이 약속된 보험금이 지급되는 식이다.
지수형 보험의 필요성은 최근 증가하는 자연재해 피해와도 관련이 있다. 보험연구원(이승준·이승주 연구위원)이 최근 발간한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보험회사의 역할’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한국의 연평균 자연재해 피해액은 약 3195억 원에 달했으며, 특히 2020년에는 1조3182억원의 피해를 기록해 최근 10년 중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이승준 연구위원은 “지수형 보험은 복잡한 손해사정 과정 없이 보험금이 신속하게 지급돼 자연재해 피해 복구에 즉각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보험회사 입장에서도 손해사정 비용을 줄일 수 있어 효율적이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보험사들은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지수형 보험을 활용하고 있다. 2023년 9월 모로코 지진 발생 당시 갤러거 리(Gallagher Re)는 모로코 정부에 2억5000만달러의 보험금을 지급했다. 해당 보험은 지진의 규모를 기준으로 보험금 지급이 결정됐다.
그러나 지수형 보험 도입에는 여전히 과제가 남아있다. 가장 큰 문제는 사전에 정한 지수가 실제 피해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베이시스 위험'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데이터 수집과 분석이 필요하지만, 이는 보험사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이 연구위원은 “지수형 보험 도입을 위해서는 관련 법규 정비와 함께 보험회사의 상품 개발 노력이 필요하다”며 “정부와 보험업계가 협력해 지수형 보험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장주 기자 cjj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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