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최장주 기자] 저축은행과 인터넷은행마저 예금금리를 낮추면서 3% 벽이 무너졌다.
시중자금이 주식이나 가상자산 시장 등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 현상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저축은행중앙회 상품공시에 따르면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6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2.88%로 집계됐다. 한 달 전(3.02%) 대비 0.14%포인트(p) 하락했다.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도 3.15%로 떨어졌다.
특히 KB·신한·하나·예가람저축은행의 1년 만기 예금금리(2.90%) 2%대로 내려왔다.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도 마찬가지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시중은행 12개월 만기 정기예금의 평균 금리는 연 2.70~3.31% 수준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수준을 보였던 인터넷은행에서도 최근 2%대 예금금리 상품이 늘고 있다. 케이뱅크가 대표 예금 상품인 ‘코드K 정기예금’ 금리를 2.9%로 낮췄다.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는 아직 3% 초반대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은행들의 예금금리 인하는 우선 대출 규제 영향이 크다. 은행들은 연말 대출 총량을 맞추기 위해 금리를 높여 대출을 억제해왔으며, 이에 따라 예금을 비롯한 전체 수신 금액을 조절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나오면서 은행들은 선제적으로 예금금리를 낮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로 인해 저축은행들이 대출 규모를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출 규모를 급격히 늘릴 수 없는 상황이라 자금을 공격적으로 확보할 필요성이 줄어들었다.
한국은행의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수신액(말잔)은 2022년 말 120조원을 돌파했다가 최근엔 100조원 안팎 수준까지 줄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103조3649억원으로 집계됐다.
한편, 저금리 기조에 실망한 투자자들의 이탈은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은행권 정기예금은 21조원 줄며 전달(8조원 증가) 대비 감소 전환했다. 지난달에도 정기 예적금에서 5조7460억원이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돼 지난 두 달간 5대 시중은행 예·적금에서 25조원 이상이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이탈한 자금은 주식과 가상자산 시장으로 유입되는 양상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 투자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54조6734억원으로 3개월 전보다 9.6% 증가했다. 머니마켓펀드(MMF) 규모도 212조413억원으로 지난해 말(166조9597억원)보다 27% 늘었다.
이와 함께 지난해 11월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의 원화 예치금은 8조8336억원 규모로, 전월(4조6893억원) 대비 2배 증가했다.
최장주 기자 cjj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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