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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관 임명 보류’ 유탄 맞은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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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2-12 10:46:11   폰트크기 변경      

최상목 권한대행 임명 보류 사태에
마용주 대법관 후보 임명까지 미뤄
47일째 공석… 상고심 처리 지연
“국민 신속 재판 권리 침해 우려”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보류한 이후 마용주 대법관 후보자 임명까지 함께 미뤄지면서 대법원이 애를 태우고 있다.

‘대법관 공석’ 사태로 상고심 사건 처리가 늦어져 국민들의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된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마용주 대법관 후보자가 지난해 12월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위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7일 김상환 전 대법관이 퇴임한 이후 후임 자리는 이날까지 47일째 비어있다. 최 대행이 마용주 후보자 임명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조희대 대법원장은 비상계엄 사태가 터지기 전인 지난해 11월26일 마용주 후보자를 신임 대법관으로 임명해달라고 윤 대통령에게 제청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되기 이틀 전인 지난해 12월12일 마용주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후 임명동의안은 인사청문 과정을 거쳐 지난해 12월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국회 선출 몫인 헌법재판관을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할 수 있는지를 두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벌어지면서 대법관 임명 가능 여부까지 불똥이 튀었다.

결국 최 대행은 국회 선출 몫인 헌법재판관 3명 가운데 조한창ㆍ정계선 재판관 등 2명만 임명하고,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빚은 마은혁 후보자에 대해서는 ‘여야 합의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임명을 보류했다. 마용주 후보자 임명 보류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최 대행이 마은혁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게 위헌인지를 놓고 헌법소송까지 이어지면서 대법관 공석 사태는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이후 ‘재판 지연 문제 해결’을 사법부의 당면 과제로 내걸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대법원은 그야말로 ‘암초’를 만났다.

가뜩이나 상고심 사건 폭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김 전 대법관에게 배당됐던 상고심 사건의 심리는 중단됐고, 사건 재배당도 이뤄지지 않아 사건 처리는 지연되고 있다.

대법관 한 명이 부족한 상태에서 사건을 심리해야 하는 만큼 다른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전체 대법관 13명 가운데 법원행정처장을 맡은 대법관을 제외한 나머지 대법관 12명이 상고심 사건을 나눠 맡는데, 김 전 대법관 퇴임 이후 새로 상고심에 넘어온 사건은 대법관 11명이 나눠 맡고 있다. 대법관 1명당 약 10%씩 업무가 가중되는 셈이다.

특히 사회적으로 파급력이 큰 상고심 사건을 다루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도 지난해 12월 이후 중단됐다.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 등 모두 13명으로 구성되는데, 대법관 한 명이 빠진 상황에서 찬반 의견이 6대 6으로 팽팽하게 나뉠 경우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는 구조다.

대법원 관계자는 “한 달 넘게 계속된 대법관 공석 상태로 인해 상고심 재판에 상당한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대법관 임명이 지연되는 상황에 대해 사법부의 법관, 구성원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법조계에서는 국회 선출 몫인 헌법재판관 임명 절차와 대법관 임명 절차는 확연히 다른 만큼 최 대행이 마용주 후보자 임명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헌법재판관과 마찬가지로 대법관도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임명하지만, 마은혁 후보자의 경우 최 대행과 국회가 여야 합의 여부 등을 놓고 다투고 있는 반면 마용주 후보자는 ‘대법원장의 임명 제청- 대통령의 수용과 임명동의 요청- 국회의 임명동의안 의결’ 등 대법관 임명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거친 뒤 사실상 임명장 수여만 남았다는 이유다.


부장판사 출신인 A변호사는 “마용주 후보자는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과 수석재판연구관을 연달아 맡았을 정도로 법원 안팎에서 인정받는 실력파”라며 “최 대행이 조한창ㆍ정계선 재판관은 임명해놓고 마용주 후보자 임명을 보류하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말이 조금도 사리에 맞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조속한 시일 내에 대법관 임명 절차가 마무리돼 신속하고 공정한 상고심 재판을 통해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충실히 보장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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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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