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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줍줍’ 무주택자만 허용…“과열 방지 취지 좋지만, 미분양 확대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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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2-11 14:57:21   폰트크기 변경      
무순위 청약제도 개편 시장 반응은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남산에서 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

[대한경제=이종무 기자] 신청 자격을 무주택자로 제한하고, 시세 차익이 큰 지역은 해당 지역 거주 조건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정부의 ‘무순위 청약제도 개선안’과 관련해, 부동산 시장에서는 환영과 우려의 목소리가 교차하는 모습이다.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지원이라는 본래 취지를 살려 서민 주거 안정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감을 보이면서도, 지방의 미분양 상황은 악화시킬 것이란 지적이다.

11일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무순위 청약 개선안에는 신청 자격의 무주택자 한정, 분양 여건에 따른 지자체별 거주지역 요건 탄력적 부과 등이 포함됐다.

무순위 청약은 1ㆍ2순위 청약에서 미달했거나 부정 청약ㆍ계약 포기 등으로 생기는 물량을 다른 실수요자에게 다시 공급하는 절차다. 그러나 지금까지 무순위 청약엔 국내 거주 성인은 조건 없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어 과열 양상을 빚으면서, 무주택 실수요자를 위한 제도라는 기존 취지가 퇴색됐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일례로 지난해 7월 진행한 경기 화성 ‘동탄역 롯데캐슬’ 무순위 1가구 모집에 294만4780명이 몰려 사상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당시 청약홈 사이트는 먹통이 됐고, 결국 청약 접수기간을 하루 더 연장하기도 했다. 실수요자뿐 아니라 차익 실현을 위한 투자 수요까지 한꺼번에 몰린 탓이다.

지난 6~7일 세종 소담동에 공급하는 ‘힐스테이트 세종 리버파크’(행정중심복합도시 3-3생활권 H4블록)의 무순위 3가구에는 119만7481만명이 쏠렸다. 무순위 청약제도 개선을 앞두고 ‘일단 넣고 보자’는 막판 묻지마 수요까지 쏟아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앞으로 무순위 청약이 무주택자나 해당 지역 거주자로 제한하면 유주택자가 시세 차익 목적으로 청약에 뛰어들어 과열되는 현상을 막아 시장이 안정을 찾는 것은 물론, 기회도 온전히 무주택자에게 돌아갈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그간 무순위 청약제도가 악용된 데는, 특히 서울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일부 지역에서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 수준으로 물량이 풀리면서 너도나도 덤벼든 때문”이라며 “이런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거주자 요건을 제한하도록 개선한 건 최근 발표한 정부의 부동산 대책 중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제도 개선으로 지방의 미분양 문제가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정부는 2021년 집값 급등기 부동산 과열로 무순위 청약 자격을 해당 지역 거주자로 제한했으나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면서 2023년 3월부터 다시 풀어줬는데, 최근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이 사상 최고로 치닫는 등 부동산 경기가 냉각된 상황인 만큼 유연한 접근이 필요했다는 진단이다.

실제로 주택산업연구원이 이날 내놓은 ‘2월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를 보면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2만1480가구로 집계됐다. 2014년 7월 이래 약 10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숫자로, 대부분 지방 물량이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국토부도 이번 발표에서 청약 경쟁이 세지 않은 지방 아파트는 거주지 요건을 두지 않고 전국 단위로 신청할 수 있도록 제도를 운영하겠다고 설명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무주택자 한정과 해당 지역 탄력 적용으로 제한을 두는 것은 현재의 미분양을 계속 더 쌓는 꼴”이라며 “한번 풀어준 미분양 정책도 실효성이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준공 후 미분양이 전혀 줄지 않는 상황에서 ‘운이 좋은’ 한두 명을 배제하기 위해 무순위 청약 신청을 제한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며 “결과적으로 이번 개편으로 미분양은 해소되지 못하고 오히려 폭증하고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종무 기자 jm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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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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