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비용 부담에 미수금 리스크
청량리 미주아파트 등 단독 응찰
건설경기 침체 속 업계 ‘신중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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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아파트 공사현장 모습. / 사진=연합. |
[대한경제=전동훈 기자] 건축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재건축ㆍ재개발 설계시장도 얼어붙고 있다. 수십억원대 대형 설계공모에도 입찰 참여가 저조해 유찰이 잇따르는 가운데 비용 부담과 미수금 위험을 고려해 우량 사업장 위주로 선회하는 분위기다.
12일 조달청에 따르면 청량리 미주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이하 조합)는 지난달 31일 ‘청량리 미주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 설계공모’를 재공고했다. 설계비 약 45억원 규모다.
1978년에 준공한 미주아파트는 청량리역 인접 입지를 확보한 단지로 청량리 내 유일한 재건축 추진 사업장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지난달 첫 공고는 현장설명회에 5개 건축사사무소가 참석했으나 최종적으로 1개사만이 등록을 마쳐 유찰됐다.
대형 건축사사무소 A사 관계자는 “특정 설계사의 우세가 점쳐지는 상황에서 업체들이 출혈 경쟁을 피하려다 보니 유찰 사태가 벌어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후 조합은 지난 10일 새롭게 현장설명회를 개최했다. 현재 중대형 설계사 4곳이 공모 참여를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수주 경쟁 기피 양상은 다른 정비사업 현장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지난해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4지구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설계공모’가 대표적이다. 이 공모는 80억원대 대형 프로젝트였음에도 접수사가 1곳에 그쳐 재공고됐다.
같은 해 설계사 선정을 마친 ‘수택동 재개발사업’과 ‘행당동 248번지 일대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역시 응찰사가 각각 2곳에 그쳐 저조한 참여율을 기록했다. 이를 두고 한 건축설계업계 관계자는 “설계사들이 보수적인 입찰 전략을 구사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사례”라고 평했다.
중견 건축사사무소 B사 임원은 “설계안 마련부터 조감도 CG 이미지와 영상 제작, 프레젠테이션 준비까지 투입하는 비용이 3억∼5억원에 이른다”며 “특히 공공건축 설계공모와 달리 보상금조차 없어 수주 가능성이 불확실하면 참여를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상설계(설계경기) 방식과 비교해 업체 부담이 적은 적격심사 방식의 설계공모는 여전히 경쟁이 치열하다. 실제로 지난해 적격심사제를 도입해 설계사를 선정한 ‘서울 중구 신당10구역 재개발 설계용역’에는 45개 건축사무소가 몰려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건축업계를 둘러싼 ‘미수금 리스크’도 설계공모 참여를 제한하는 요인 중 하나다. 재건축ㆍ재개발 등 정비사업 설계공모는 용역비 회수까지 통상 2∼3년이 소요되는 데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시장 경색으로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는 사업장이 늘면서 미수금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비업계의 이른바 ‘대여금 전환’ 관행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건축사무소들은 설계용역을 수주할 경우 조합의 원활한 운영과 사업추진 지원을 위해 입찰보증금(입찰금액의 5% 정도)을 대여금 명목으로 제공한다. 이는 설계사들에 또 다른 현금 유동성 압박으로 다가온다.
이에 따라 당분간 재건축ㆍ재개발 설계시장에서는 사업성이 검증된 사업장과 그렇지 못한 사업장 간 양극화가 심화할 전망이다.
중견 건축사무소 C사 임원은 “현재 유동성 확보를 우선 과제로 고려하다 보니 시공사 선정이 조기에 이뤄질 수 있는 양호한 사업장을 중심으로 제한적 참여가 불가피하다”며 “앞으로는 사업성에 기반한 철저한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전동훈 기자 j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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