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김현희 기자] 은행들이 지방 미분양 신축 아파트의 잔금대출에 대해 기피하기 시작하면서 저축은행·상호금융 등 2금융권 대출로 조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미분양이라도 서울 강남 지역의 미분양 오피스텔 등은 시중은행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어 금융당국이 올해 추진할 은행권의 지방대출 공급 확대 취지가 한 풀 꺾이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다.
지난해 지방 상호금융 단위조합들이 서울 수도권 지역의 신축 집단대출까지 취급하는 등 수도권 쏠림현상이 가중될 모습이어서 금융당국의 대출 공급책만으로는 지방 부동산을 살리기 어렵다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충청북도 옥천지역의 한 신축에 대한 잔금대출에 대해 한성저축은행과 지역 농수협 단위조합이 담당하고 있다. 중견 건설사의 브랜드 단지이지만 잔여세대 일부 남은 상태다. 하지만 충북 옥천이라는 지방 지역이면서 미분양 이라는 이유로 시중은행들은 이 단지에 대한 잔금대출을 취급하지 않았다. 충북 옥천이 본점인 한성저축은행이 연 4.3~5.3%의 금리로 맡은 것이다. 가산금리도 시중은행은 수도권 지역이라도 1%p 이상을 적용하는데, 한성저축은행은 1%p만 적용했다.
지역 저축은행이 지방 공급을 최우선으로 하는 훈훈한 사례로 볼 수 있지만, 다른 지방은행들조차 지방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보수적인 시각은 변함이 없음을 나타내는 사례이기도 하다.
반대로 최근 잔금대출을 집행한 강남 역삼동의 하이엔드 오피스텔 '루카831'에 대해서는 KB국민·신한·우리·Sh수협은행 등이 취급했다. '루카831'도 잔여세대가 남아있는 '미분양'이지만 시중은행들이 서울 강남권 입지라는 이유로 대출을 취급하는 것이다. 연 3.99~5.1% 수준의 금리로 제공되는데 여타 오피스텔담보대출 금리가 연 5%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낮은 수준의 대출금리를 적용한 것이다.
은행권의 서울 수도권 부동산에 대한 쏠림현상을 보여주는 단면인데, 경기 광명 지역의 '트리우스광명(3344가구)' 신축 잔금대출을 보면 더욱 뚜렷하다. 지난해 연말부터 입주를 시작한 '트리우스광명'은 경기권 재개발 대표 지역인 광명시에 위치한 대단지인 만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은행은 물론 IBK기업·Sh수협은행에 이어 상호금융 단위조합들도 이번 잔금대출에 대거 참여했다. 문제는 상호금융 단위조합 중 광남지역 새마을금고와 전북 지역의 정읍농협까지 가세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상호금융중앙회를 통해 지방 지역의 상호금융 단위조합이 수도권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강력 지도했지만 올해 들어 다시금 지방 단위조합들의 '서울 수도권 쏠림'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금융권의 수도권 쏠림이 올해도 계속되면서 금융당국의 지방 부동산에 대한 대출 공급 확대 방안이 힘을 받겠냐는 회의감도 커지고 있다. 무작정 대출만 늘려준다고 해서 지방 부동산이 살아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도 지방은행의 지역 대출 공급 확대 방안을 고민 중이지만 별다른 아이디어를 찾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방 부동산에 대한 수요진작책이 복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며 "정부가 지방 지역 육성 방안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다면 지방 부동산을 회복시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현희 기자 m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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