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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의 첫 대형 전기 SUV인 아이오닉9./사진: 강주현 기자 |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현대자동차가 13일 출시한 아이오닉9은 E-GMP 기반의 대형 전동화 스포츠유틸리티차(SUV)로, 현대차 전기차 라인업 중 가장 긴 532㎞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달성했다. 성능형 AWD(사륜구동) 모델의 주행거리도 500㎞가 넘는다. 주행 효율성을 끌어올린 다양한 기술이 대용량 배터리와 결합한 덕분이다.
현대차가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대한민국 기술대상까지 받은 ‘2-스테이지 모터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이 기술은 전기차 모터에 두 개의 인버터를 탑재하고, 주행 조건에 맞춰 효율적인 인버터를 사용하도록 설계됐다.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효율이 좋은 실리콘 카바이드(SiC) 소재의 인버터가 작동한다. 고속 주행이나 강한 가속이 필요할 때는 두 번째 인버터가 추가로 가동돼 최대 1.7배까지 출력을 높일 수 있다. 이를 통해 같은 출력의 싱글 인버터 대비 최대 3% 높은 효율을 달성했다. 앞서 아이오닉5N과 EV9 등에도 같은 기술이 적용됐다.
인버터는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를 모터가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환하는 장치로, 전기차 출력과 효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아이오닉9에 세계 최초로 적용된 ‘듀얼 모션 액티브 에어 플랩’은 공기저항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전면 범퍼 하단에 탑재돼 에어플랩과 범퍼 사이로 새어나가는 공기를 기존 대비 약 6배 감소시켰고, 대형 SUV 중에선 최고 수준인 0.259의 공기저항 계수를 달성하게 했다.
또 기존 샤크핀 안테나를 해체해 차체 곳곳에 숨기는 ‘히든 안테나 시스템’을 적용하고, 일반 사이드미러 대비 공기 저항을 4% 줄인 새로운 디지털 사이드미러도 장착했다. 이런 세심한 공력 설계가 주행거리를 늘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사륜구동 모델에 적용된 ‘DAS 시스템’도 주행거리를 증대시켰다. 주행 상황에 따라 구동력을 최적으로 배분하는 기술이다. 고속도로 등 사륜구동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선 후륜구동으로 전환해 효율을 높이고, 눈길이나 빗길처럼 사륜구동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다시 사륜구동으로 전환하는 식이다.
이러한 기술들의 집합체인 아이오닉9은 110.3㎾h 대용량 배터리와 결합해 1회 충전만으로 최대 500㎞를 달릴 수 있다. 국내 생산 전기차 중 최대 배터리 용량으로, 추가 충전 없이 서울에서 부산까지 달려도 약 20%의 용량이 남는다. 초고속 충전 시스템도 탑재했기 때문에 350㎾ 급속충전기 사용 시 24분만에 배터리 용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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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닉9 내부 구성./사진: 강주현 기자 |
효율성만큼 안전성도 우수하다. 차체 중량의 27.7%에 핫스탬핑 공법을 적용해 동급 내연기관차 대비 2배 높은 차체 강성을 확보했다. 핫스탬핑은 강판을 1000도 이상 고온으로 가열한 후 금형에서 급속 냉각시켜 강성을 극대화하는 첨단 공법이다.
아울러 국토부 배터리 안전 인증제에 참여해 11개 항목에 대한 공식 인증을 완료했다. 파격적인 배터리 안전 지원책도 마련했다. 현대차는 기본 5년의 블루링크 서비스 무상 제공 기간이 끝난 뒤에도 배터리 모니터링과 긴급출동 등 안전 관련 서비스를 추가로 5년간 무상 제공한다. 배터리 화재 발생 시에는 최대 100억원까지 보상하는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다만, 최근 자동차 업계의 화두인 자율주행 관련 기술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현대차그룹이 개발 중인 레벨3(조건부 자동화) 자율주행 시스템 HDP(고속도로 자율주행)도 탑재하지 않는다. EV9 출시 당시 HDP를 주요 특징으로 내세웠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대신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기술이 대거 적용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이오닉9은 기아 EV9과 동일한 수준의 ADAS를 탑재했지만, 현재로서는 HDP 적용 계획이 없다”며 “추후 개발 과정을 지켜보며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아이오닉9은 패밀리 SUV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고성능 N 버전 출시 계획도 아직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오닉9 판매가격은 7인승 6715만원, 6인승 6903만원부터다. 국비와 지방비 보조금을 고려하면 6000만원 초중반대 가격에도 구매할 수 있다. 현대차는 올해 국내 시장에서 아이오닉9 6500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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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국내마케팅실 이철민 상무, 배터리설계1팀 최준석 팀장, MLV총합시험팀 지승욱 책임연구원, MLV프로젝트5팀 김태현 팀장, MLV전기차성능시험팀 윤동필 팀장, 국내사업본부장 정유석 부사장이 아이오닉9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 현대차 제공 |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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