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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적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편 시작…사외이사 관리풀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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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2-13 17:10:57   폰트크기 변경      
금융회사 CEO 친분 있는 후보군 여부 관리…'거수기' 사외이사 차단

금융감독원·금융연수원·은행연합회·5대 금융그룹은 13일 서울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에서 '사외이사 양성 및 역량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식'을 가졌다. 왼쪽부터 고석헌 신한금융그룹 부문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 조용병 전국은행연합회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이찬우 NH농협금융그룹 회장, 이준수 한국금융연수원장. / 사진 :금융감독원 제공

[대한경제=최장주 기자] 금융당국이 ‘거수기’로 지적받는 금융지주사 이사회를 근본적으로 개편하기 위해 금융연수원을 통해 사외이사 후보군(Pool)을 관리한다. 금융회사 사외이사 선임 희망자·금융회사의 사외이사 관리 리스트에 포함된 후보군을 참여시키는 ‘사외이사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인프라를 통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와 사외이사 후보들의 관계 등을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 ‘거수기’로 전락하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금융감독원·금융연수원·은행연합회·5대 금융그룹은 13일 서울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에서 ‘사외이사 양성 및 역량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사외이사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고 이사회의 실질적인 견제 기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사실상 사외이사 풀(pool) 시스템 구축의 초석을 다지는 의미를 갖는다.

금융회사의 사외이사 선임 희망자나 사외이사 후보군에 포함된 예비 이사를 대상으로 교육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각 금융회사들은 자율적으로 사외이사 후보군을 별도로 관리해왔지만 내부 기밀사항이었다. 이번 프로그램은 금융당국이 각 금융회사들의 사외이사 후보군 관리풀을 공유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회사들이 사외이사 후보군 관리풀을 자율적으로 관리해왔지만 금융당국과 공유하지 않았는데, 이번 기회로 관리풀이 공유될 것”이라며 “금융지주사ㆍ금융회사 CEO 등과 친분이 있는 후보군으로만 관리하는지 여부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8년 금융당국은 은행연합회를 통해 금융지주사ㆍ금융회사 사외이사 후보군을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금융지주사들의 반발로 인해 무산된 바 있다.

이번에는 특정 협회가 아닌 금융연수원의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시키는 방향으로 사외이사 후보군을 관리하는 방안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금융당국이 간접적으로 사외이사 후보군을 관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그동안 금융권 사외이사들은 경영진의 ‘거수기’ 역할에 그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CEO가 사외이사 선임에 관여하면서 독립성이 훼손되고, 전문성도 부족하다는 지적도 상당했다. 실제로 5대 금융그룹(KB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의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사외이사의 반대표가 나온 안건은 1건에 불과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금융당국의 책무구조도 도입을 보다 보완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책무구조도는 이사회 의장의 책임부담을 기재했지만, 사외이사에 대한 실질적 제재는 제외됐다. 사외이사들과 금융지주 경영진 간의 유착 문제가 여전한 만큼, 금융당국은 이번 교육 프로그램으로 독립적이고 전문성 있는 사외이사 풀을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사회의 전문성 함양은 단순히 사외이사 개인의 역량개발을 넘어 금융회사 차원의 균형감 있고 투명한 의사결정을 이루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장주 기자 cjj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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