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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주로칼럼] ‘푸른 뱀’과 ‘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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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2-14 14:08:27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한형용 기자] 뱀은 성장하면서 허물을 벗는다. 그래서 재생 혹은 부활의 상징으로 꼽힌다.

하지만 푸른 뱀의 해를 맞이한 건설경기는 허물을 벗지 못한 채 ‘아이고’라는 탄식을 반복하고 있다. 환율 변동과 탄핵 정국 등 대내외 변수는 여전한 데다 인건비, 자잿값과 맞물린 공사비 급등 여파도 부실 우려를 키우고 있다.

금융권도 건설경기 침체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KB국민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금융권은 우량 사업자에게만 신규 여신을 취급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대출 규제는 더 악화되고 있다. 신용등급이 낮은 건설업체는 ‘유동성 고갈’이라는 직격탄을 피할 대피소가 좁아지는 셈이다. 현장 미수금이 불어난 신동아건설에 이어 경남지역 2위 건설사인 대저건설 등이 올해 초 법정관리를 신청했는데, 업계에서는 ‘다음은 어디일까’를 걱정하는 상태다.

건설 후방산업도 심각하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2021년 이후 5000만t 이상을 기록한 시멘트 출하량은 지난해 4419만t으로 전년 대비 11.6%가량 감소했다. 올해는 4000만t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철근 생산 1ㆍ2위 기업인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역시 감산, 가격 인상 등 자구책 마련에 총력하고 있다. 레미콘 업계도 수요 감소뿐 아니라 원가와 직결된 환율 상승에 아우성치고 있고, 골재업계 역시 건설경기 악화와 맞물려 폐업에 내몰리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대로라면 ‘건설경기 악화→후방산업 침체→일자리 감소→경기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은 불가피하다.

건설경기 악재 여파는 한국경제 성장률과도 직결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성장률은 2.0%에 그쳤다. 1954년부터 GDP 통계를 발표한 이래 외환위기 때인 1998년(-4.9%), 코로나19 때인 2020년(-0.7%), 6ㆍ25전쟁 직후인 1956년(0.7%) 등에 이어 7번째로 낮은 수치다.

한은은 건설경기 침체를 원인으로 꼽았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전체로는 건설투자 숫자가 좋지 않았고, 민간소비는 증가폭이 축소됐다”고 했다.

실제 건설투자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 -3.6에 이어 4분기 -3.2%를 기록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2.7%를 기록하며 감소세로 전환했다.

정치권의 조기 대선을 둘러싼 프레임 싸움도 ‘아이고’다. 여야는 오는 10∼11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과 12∼14일 대정부질문 일정에 잠정 합의했다. 다만, 한국경제 부활을 예고할 건설경기 활성화 대책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사실 낮아 보인다.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할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등 마중물 정책은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뱀은 부활과 함께 지혜를 상징하기도 한다.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의 첨병인 건설산업의 위기는 한국경제 성장률에 ‘트리거’가 됐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건설산업을 정상화하는 게 곧 한국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릴 ‘트리거’가 된다는 의미다. 건설경기 회복을 위한 정책을 뱀의 해에 걸맞게 지혜롭게 마련ㆍ시행하는 것은 대선 승리라는 결과를 향한 지름길과 다르지 않다.

한형용 기자 je8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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