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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 300만원 ‘필리핀 도우미’…1년 연장했지만, 이대로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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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2-17 07:40:12   폰트크기 변경      
내달부터 보조금 지원 끊겨

퇴직금 반영 시급 20% 인상

“내국인 가사관리사 비용 비슷”

고소득층 위한 정책 논란 커져 



지난해 9월 서울시의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한 가정에 출근한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아이를 안고 있다. / 사진 : 서울시 제공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정부가 저출생 대책 일환으로 도입한 서울시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기간을 1년 연장한다. 다만 다음달부터 서울시의 보조금 지원이 끊기면서 이용 요금이 대폭 오를 전망이다. 하루 8시간 기준 가사도우미 한달 이용료가 300만원에 육박하자 당초 육아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자는 도입 취지에 벗어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정부는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열어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기간을 연장하는 안을 심의ㆍ의결했다. 본사업으로의 전환은 무기한 연기됐다.

정부는 시범사업 연장을 발표하면서 이용 보수를 시간당 3000원가량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 사업 시작 당시 적용된 시간당 1만3700원에서 3월 이후부터는 이용 요금이 20% 인상된 1만6900원이 적용된다. 야간(22시 이후)과 주말에는 1.5배(시간당 2만5350원)가 적용된다.

박일훈 고용부 국제협력관은 “앞선 시범사업은 7개월이라 비용에 퇴직금이 반영되지 않았으나, 사업 연장으로 근로 기간이 1년이 넘으면 퇴직금이 발생해 이를 추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하루 8시간씩 이용하면 월 242만5560원에서 월 292만3200원으로 49만7640원이 늘어난다.

이 같은 사실에 일부 누리꾼은 “월 300만원이면 한국인 가사도우미를 구하겠다”, “내국인보다 오히려 많이 버는 ‘임금역전’이 일어났다”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이에 시는 “두 자녀 돌봄 시 민간 돌봄ㆍ가사서비스 종합형(정규직 채용기준 2만500원 추정) 보다 약 17.6% 저렴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연 이용자가 100만 명에 달하는 국내 가사ㆍ돌봄 플랫폼에선 ‘아이 2명을 돌봐줄 출퇴근(오전 9시∼오후6시)형 내국인 가사도우미를 월 280만∼290만원에 모집한다’는 식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 서비스 이용 후기도 더러 올라와있다. 한국은행 조사에서도 2023년 국내 가사ㆍ육아 도우미 비용은 월평균 264만원이다.

가사 중개 앱을 이용 중인 4세, 6세 자녀를 둔 황모씨(40ㆍ서울 송파구)는 “아이들 방학 동안만 50대 초반의 이모님이 아이들을 돌봐주셨는데, 서로 가격을 협상해 290만원을 드렸고, 요청하지 않았는데 청소나 빨래도 알아서 해주셔서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라며 “같은 비용이라면 말이 잘 통하지 않는 필리핀 가사도우미보다 한국인이 훨씬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가격 인상에 따른 이용 가정의 부담 완화를 위해 ‘서울형 가사서비스’를 통해 외국인 가사관리사 서비스도 연 70만원의 ‘바우처’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현재 12세 이하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서울 내 임산부ㆍ맞벌이ㆍ다자녀 가정 중 중위소득 180% 이하는 연 70만원의 가사서비스 바우처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외국인 가사관리사 이용자 수요가 고소득자에 몰려 있어 혜택을 못 받는 가정이 대부분이라는 문제점이 있다. 고용부가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용 가족의 73.2%는 중위소득이 훌쩍 넘는 부부 합산 가구소득 월 900만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4인 가구 중위소득의 약 3배 이상, 월 1800만원 이상(부부 합산)을 벌고 있다는 응답도 23.2%나 됐다. 반면에 월 소득이 중위소득 아래(600만원 미만)인 가구는 8.9%에 그쳤다.

일각에선 외국인 가사관리사가 높은 비용 때문에 특정 계층만을 위한 정책이 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당초 취지가 서민층이 혜택을 보는 사업인만큼, 제도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언급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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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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