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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중지’ 통보한 구청… 法 “근거ㆍ구제절차 안 알려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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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2-17 10:17:51   폰트크기 변경      
“행정절차법상 절차 위반”… 시공사 승소 확정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주거용 근린생활시설 신축 과정에서 구청이 시공사에 처분 근거와 구제 절차 등을 명확하게 알리지 않은 채 사실상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다면 무효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진: 대한경제 DB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이주영 부장판사)는 시공사인 A사와 도급사인 B사가 서울 성북구청장을 상대로 낸 공사중지 의무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성북구는 2022년 10월 지상 주택을 철거하고 주거용 근린생활시설을 신축하는 과정에서 공사 현장 인근 건물에 균열이 발생하는 등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A사 등에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다. 이후 A사 등은 공사 현장 인근 건물에 보강공사를 한 뒤 감리를 거쳐 공사중지 명령을 해제해달라고 신청했고, 지난해 2월 성북구는 이를 받아들였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공사중지 명령을 해제한지 이틀 뒤 성북구는 ‘안내’라는 제목의 통지를 통해 공사 재개 전 추가 보강공사를 명령했다. 이에 A사 등은 “성북구가 법적 근거 없이 공사 진행에 부당한 제약을 가했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성북구는 ‘소송이 부적법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A사 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보강공사가 선행되지 않는 경우 공사중지 명령의 효력이 지속된다는 것이므로, 실질적으로는 A사 등에 보강공사 이행 의무를 직접 부여하는 내용”이라며 “해당 안내는 A사 등의 법적 지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공권력의 행사”라고 판단했다.

행정절차법에 따르면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할 때는 법적 근거를 미리 통지하고, 의견 제출 기회를 부여한 뒤 불복 방법 등을 알려야 하는데 성북구가 이 같은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특히 재판부는 “성북구는 실질적으로 건축법에 따른 조치 명령을 하면서도 ‘안내’라는 외관을 취함으로써 A사 등이 안내의 근거와 효력, 불복 방법 또는 구제 절차를 알 수 없도록 해 현저히 불안정한 법적 지위에 놓이게 했다”며 “행정절차법상 절차 위반이고, 절차적 하자가 중대ㆍ명백해 무효”라고 강조했다.

이 판결은 원고와 피고 모두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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