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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은 근로자와 장비가 같은 공간에서 움직이는 데다 고소(高所) 작업이 많다 보니 다른 산업현장보다 재해율이 높다.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CSI)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전국의 건설현장에서 안전사고로 목숨을 잃은 근로자는 209명이었다. 그 직전 4년 동안 연평균 251명이 숨졌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줄었지만, 건설현장에서 여전히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관건은 어떻게 하면 희생자를 조금이라도 더 줄일 수 있느냐는 것인데, 사고 발생 현황을 분석하면 자연스럽게 ‘소규모 현장’과 ‘추락사고’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건설사고를 줄이는 데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공사금액이 50억원 미만인 소규모 건설현장은 중·대규모 현장에 비해 안전관리가 취약하다. 공사비가 빠듯하다는 이유로 안전에 대한 투자를 뒷전으로 미루는 경향 때문인데, 그 결과 공사비가 적은 곳에서 더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고 있다. 2020년부터 4년 간의 건설사고 사망자 1004명 가운데 477명이 소규모 현장에서 희생된 경우였다. 따라서 소규모 현장에 대한 체계적인 안전관리는 사망사고를 줄이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추락사고 예방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는 명쾌하다. 사망사고의 유형을 조사해 보니 추락의 빈도가 가장 높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앞에서 예로 든 1004명의 희생자 중 절반이 넘는 516명이 추락으로 숨졌다. 이는 ‘깔림’(189명)이나 ‘물체에 맞음’(96명) 보다 훨씬 높은 비중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빈번한 추락사고의 원인은 무엇일까. 사고조사 결과보고서 등에 의하면 가설구조물 위에서 균형을 잃거나 거푸집 작업 중 발을 헛디디는 경우, 이동 중 미끄러짐 같은 작업자의 부주의가 가장 큰 원인으로 나타난다. 작업대 파손, 작업 환경이나 안전 장구 불량 등도 추락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처럼 기본 안전을 소홀히 하다 추락사고를 당하는 현실은 점검 결과에도 나타난다. 현장점검에서 가장 많이 지적되는 사항은 고소 작업시 필수 시설인 비계의 설치가 부적합하거나 미흡한 경우다. 치명상을 막아주는 안전난간이나 추락 방지망을 규정대로 설치하지 않았다가 지도·계도 대상이 되는 공사장도 허다하다. 이러한 지적사항은 전문적인 기술이나 큰 비용 없이도 이행할 수 있는 게 대부분이다. 이것은 추락사고 예방에 집중함으로써 더 많은 사망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소규모 현장을 중심으로 추락사고 위험 요인을 제거·개선하기 위한 집중적인 노력과 더불어, 점검 지적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현장이나 시공사에 대한 관리 강화도 필요할 것이다. 사망사고가 한 건이라도 발생할 경우 해당 시공사가 담당하는 건설현장 전부를 점검 대상에 포함시켜 집중 관리하는 방안은 올해부터 시행된다. 점검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철근콘크리트공사 무너짐, 가설공사 추락 등으로 점검의 대상과 주제를 특화하는 ‘타깃 점검’도 추진된다.
우리는 한꺼번에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는 사고를 참사라고 부르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책 마련에 관심을 갖는다. 반면 건설사고는 희생자가 연간 200명이 넘는데도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개별 사고의 희생자가 소수라거나 가림막 저편의 건설현장은 나와 관련 없다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건설근로자도 우리의 이웃이자 누군가의 가족이며, 그들의 생명도 소중하기는 마찬가지다. 따라서 건설현장의 사망사고도 엄연한 참사라는 인식에서 사고 예방에 대한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해빙기 안전점검을 시작하면서 “건설사고는 더 줄여야 하고, 얼마든지 더 줄일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를 희망해 본다.
김일환 국토안전관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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