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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영 롯데월드몰플러스점의 향수 코너 끝 매대에는 한국 브랜드인 센녹, 아뜰리에 페이가 해외 유명 브랜드를 제치고 상단에 자리했다. 끝 매대는 상품기획자(MD)가 주요 브랜드와 상품을 전략 배치하는 공간으로 카테고리 운영 전략을 상징한다. /사진: 문수아기자 |
[대한경제=문수아 기자]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독무대였던 향수 시장에서 한국 브랜드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기초ㆍ색조 화장품에서 쌓인 K-뷰티의 인지도와 상품성, 신뢰도가 향수로 확장된 동시에 면세점 중심의 판매처가 온라인과 전문점으로 다양해진 효과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J올리브영과 다이소가 최근 향수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나섰다. 두 기업은 기존에도 향수 제품을 일부 취급했지만, 최근에는 상품 구성과 가격대 등을 외국인 수요에 맞춰 ‘한국 관광 기념품’ 자리를 공략하고 나섰다.
CJ올리브영은 지난해 개장한‘올리브영N성수’매장을 시작으로 향 전문관 ‘퍼퓸 라이브러리(Perfume Library)’를 마련하고 있다. 해외 유명 향수 위주로 취급하던 기존 공간과 달리 온라인에서 인기인 한국 향수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올리브영 매장에서 양쪽 통로 끝은‘엔드(End) 매대’로 불리며 상품기획자(MD)가 전략적으로 선별한 제품을 소개하는데, 최근 여기에 ‘센녹’, ‘아뜰리에 페이’를 전진 배치했다. 두 브랜드 모두 한국에서 탄생해 동남아시아와 일본, 동유럽 등 해외에서도 인기다. CJ올리브영은 월평균 새로운 향수 브랜드 3∼4개씩 입점 시키면서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에만 40여 개 이상 브랜드가 새롭게 입점했다.
최근 뷰티 카테고리를 확장 중인 다이소는 향수로 범위를 넓히기 시작했다. 유명 화장품 브랜드와 제조사들이 다이소 버전을 내놓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향수 브랜드 ‘에이딕트’는 다이소 버전인 ‘에이딕트 멜로우’를 선보였다. 방향제 ODMㆍOEM 업체로 유명한 에이디인터내셔날은 자체 향수 브랜드 ‘데일리콤마’로 다이소에 소형ㆍ고체 향수 등을 입점시켰다. 두 회사의 향 제품은 2000∼5000원 가격대로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기념품으로 인기다.
외국인들 사이에서 K-뷰티 구매처로 유명한 CJ올리브영과 다이소가 앞다퉈 향수를 확장하는 데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브랜드가 주목받기 시작한 게 영향을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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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성수동 '논픽션 시그니처 스토어' 앞에는 향수와 방향제 등을 구매하려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려있다. /사진: 문수아기자 |
로레알 그룹 산하 벤처펀드와 글로벌 소비재 전문 투자사인 터치 캐피탈은 최근 한국 향수 브랜드 ‘본투스탠드아웃’에 시리즈A 투자를 단행했다. 이 브랜드는 2022년 설립했지만 과감한 향 조합과 백자를 연상시키는 용기 디자인으로 60개국에 진출했다. SNS에서 출발한 다른 향수 브랜드 ‘논픽션’은 지난해 홍콩 센트럴 헐리우드 로드에 첫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고 올해 일본, 미국 등으로 출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는 논픽션 외에도 ‘탬버린즈’, ‘SW19’등 K-팝 아이돌이 사용해 인기인 향수 브랜드 매장이 밀집하며 ‘향수 로드’를 형성할 정도다.
일본 대표 이커머스 플랫폼인 큐텐재팬에서도 한국 향수가 인기다. 대표 할인 행사인 메가와리 기간에는 향수 판매 상위 10개 브랜드 중 8개가 한국 제품이었다. ‘루아페’, ‘더프트앤도프트’등 한국 올리브영에서도 인기인 가성비 브랜드가 주를 이뤘다.
업계에서는 K-향수가 부상할 수 있었던 이유로 변화한 소비 트렌드와 유통 환경을 꼽는다. 펜데믹 시기를 기점으로 글로벌 10∼30대 젊은 소비자들이 SNS에서 화장품 정보를 얻기 시작하면서 K-향수도 알려졌다. 기초ㆍ색조 화장품이 만든 한국 제품의 품질과 디자인 강점은 향수에서도 보증수표 역할을 했다. 애프터블로우는 색조 브랜드 ‘데이지크’운영사에서, 에이딕트는 쿠션 브랜드 ‘파넬’로 유명한 일레븐코퍼레이션에서 운영하는 게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강한 향 위주인 해외 향수와 달리 풀, 나무와 같이 자연 향을 강조하고 용기, 제형도 특화하면서 한국 향수의 특징이 만들어졌다”며 “아마존이나 해외 향수ㆍ화장품 편집샵을 공략하면서 새로운 유통망을 개척한 전략도 돋보였다”고 말했다.
문수아 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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