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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미터 제공 |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절차가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설왕설래가 계속되고 있다.
24일 리얼미터 조사(에너지 경제 의뢰,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 대상, 20∼21일 실시)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 대비 1.3%포인트(P) 오른 42.7%, 더불어민주당은 2.0%P 하락한 41.1%로 나타났다.
최근 중도층 이탈로 하락했던 여당 지지율이 반등한 것이 눈길을 끈다. 헌법재판소의 최종 변론 기일과 선고를 앞두고, 70대와 20대 남성 등 윤 대통령 지지층 결집이 다시 이뤄진 결과라는 게 리얼미터 측 분석이다.
탄핵정국 이후 ‘고공행진’하고 있는 여당과 윤 대통령 지지율, 탄핵 반대, 정권 연장 의견 등의 상승은 정치권과 전문가들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는 평을 받고 있다. 탄핵소추 이후 지지율 4%대까지 하락했던 박근혜 대통령 당시(한국갤럽 2016년 12월1주차 조사)와도 극명한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여론조사의 특정 진영 ‘과다 표집’과 ‘표본 오염’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를 바로잡기 위한 위원회 발족 등을 예고한 바 있다.
실제로 최근 여론조사의 표본 등을 살펴보면 이념성향별 표집 분포도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가 극명하게 갈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12ㆍ3 비상계엄 사태 직후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52.4%까지 치솟은 지난해 12월2주차 리얼미터 조사에선 진보성향 응답자가 272명, 중도가 386명, 보수 245명, 잘모름 98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이번 2월3주차 조사에서는 진보 177명, 중도 464명, 보수 293명, 잘모름 72명으로 나타났다.
특정 진영의 ‘과표집’으로 인한 여론조사 왜곡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대목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른바 ‘이념성향’은 고정적인 것이 아닌 유동적 요소이고, 이를 명확히 판단하기도 어렵다고 반박한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가령 성, 연령, 지역 변인처럼 그 기준값이 명확한 경우 표본이 많이 표집됐을 때를 ‘과표집’이라고 한다”며 “그러나 이념 변인은 명확한 기준으로 제시할 수 없는 정치적 상황에 따라 매우 유동적인 변수”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야권 등에서 제기한 ‘주소지와 연령 허위 응답’ 등 조작 의혹은 여론조사가 전제한 오차범위내 변수일뿐, 조사결과 자체를 뒤집을만한 요인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를 감안하면 특정 집단의 표본이 급증하는 것은 그들 중 여론조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응답자가 늘어났거나, 반대ㆍ중도층에서 이탈해 새롭게 합류한 지지층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이 또한 최근 여론 추세나 사회 현상의 한 요소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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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미터 제공 |
‘의도적’ 왜곡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52%를 기록하면서 상당한 이슈가 됐던 한국여론평판연구소의 1월2주차 조사(고성국TV 의뢰)가 대표적이다. 이 조사는 세세히 들여다보면 ‘전국 조사’라는 제목이 붙었음에도 실제로는 부산ㆍ대구ㆍ경남ㆍ경북ㆍ울산 등 소위 ‘여당 텃밭’ 영남권 5개 시도 주민들을 대상으로만 조사가 진행됐다.
유권자들이 특정 언론사(의뢰기관)나 여론조사 기관에 적극적으로 응답하거나 반대로 회피하는 경우가 있어 왜곡을 낳을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진보ㆍ민주계열 인사로 분류되는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여론조사 꽃’이 대표적이다. 꽃의 여론조사 결과는 지난 총선부터 야당 지지율이나 이에 공감하는 의견이 다른 조사보다 높게 나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꽃의 2월2주차 조사 결과, 민주당의 지지율은 47.7%, 국민의힘은 35.8%로 나타났다. 정치이념 표본에서도 진보 225-중도 438-보수 280으로 비슷한 기간 리얼미터 조사와 차이를 보인다.
이 때문에 어떤 여론조사든 여론 추세와 정국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참고자료’일뿐, 단순히 드러난 ‘숫자’를 맹신해선 안되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등 과거와는 분명히 다른 국면이 펼쳐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 중 핵심은 정부와 국회, 사법기관 등으로 대표되는 ‘공공시스템’의 붕괴 우려다.
한국리서치 (시사인 의뢰, 2월 3∼5일 실시) 조사에서 계엄 옹호-탄핵 반대층 중 55%가 ‘한국의 자유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에 이를 구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해야 할 수도 있다’는 질문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국승민 미국 미시간 주립대 교수는 “규칙을 어기고 법원을 무시하고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상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얘기”라며 “계엄을 옹호하는 ‘확신형 탄핵 반대 보수’일수록 당파적 이익을 위해 민주주의를 기꺼이 버릴 의향이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강성규 기자 g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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