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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김현희 기자] 한국은행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예상보다 강한 것으로 평가, 미국 관세정책에 따른 한국 경제 불확실성을 타개하기 위해 이번 금리인하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정치 불확실성도 내수 부진의 원인이지만 가장 큰 문제로 꼽은 것은 '미국의 관세정책'이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기존 산업에 의존한 나머지 산업 구조조정을 하지 못해 수출 경쟁력 등이 낮아졌다"고 평가하면서도 한은 경제전망 수정을 통해 통상환경 악화가 문제라는 점을 주요 원인으로 설명했다.
◇"美 관세정책, 취임 이전 예상보다 강하다"
한은이 25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으로 제시한 올해 성장률은 1.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망치 2.1%와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 2.0%보다 낮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제시한 성장률 전망도 1.6%로 낮았는데, 이보다 더 낮은 것이다.
이유는 내수가 아닌 수출 문제였다. 내수는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금융여건 완화 영향 등으로 완만하게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수출은 통상환경 악화로 인해 올 연말까지 하방압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성장률은 이같은 내수 회복으로 인해 1.8%로 높아질 것이라며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한은은 이날 함께 내놓은 '美신정부 관세정책의 글로벌 및 우리 경제 영향' 보고서를 통해 "지금까지 발표된 미국 관세정책은 취임 이전의 예상보다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중국에 대한 관세는 지난해 11월 전망과 유사한 수준이지만 캐나다와 멕시코 등에 대한 관세 수준은 이른 시기에 높게 발표됐다"고 설명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월에는 계엄 사태 등 국내 상황이 중요한 요인이었다면, 이번 전망 때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관세 정책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설정한 기본 시나리오로 관세정책을 예측한다면, 올해 국내 성장률은 지난해 11월 전망보다 0.1%p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했는데, 이날 발표된 수정 경제전망도 지난해 12월 중간점검 당시 전망치인 1.6%보다 0.1%p 낮아진 1.5%로 내다봤다. 내년 성장률은 0.2%p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되면서 이날 수정 경제전망에서는 유지된 내년 성장률 1.8%가 미국의 통상정책으로 인해 더 낮아질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한은 조사국·경제모형실에서는 "유연한 전략으로 통상 압박을 대응해야 한다"며 "조선·원자력·인공지능(AI) 등 한미간 기술협력을 강화해 시장을 공동 개척할 수 있는 사업기회를 제시하는 등 적극적 접근도 중요하다"고 제시했다.
이창용 총재는 이같은 수출환경 악화에 대해 "그동안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기존 산업에만 의존해오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산업을 키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럴 때 성장률 1.8% 이상 높일 수 있다면 재정 동원과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면서도 "여기에 가계부채 증가와 재정 문제도 야기되기 때문에 성장률 1.8% 이상으로 높이기 위해 많은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더 높이 성장하려면 구조조정 불가피"
이 총재는 한국 경제의 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으로 '구조조정'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더 높이 성장하려면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게 계속 드리는 메시지"라며 금리정책만으로 끌어올릴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은은 농산물 수입개방, 외국인 노동자 유입, 입시제도 변경 등 사회 전반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계속 발표해왔다. 지난해 12월19일 발표했던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과 향후 전망' 보고서에서도 국내 잠재 성장률은 2025~2029년 연평균 1.8% 수준이며, 2030~2034년 1.3%, 2040년부터 1% 미만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으며 20년 뒤 '역성장 구조'라고 경고한 바 있다. 한은이 이 보고서를 통해 내놓은 처방전은 '구조개혁'이었다. 보고서를 작성한 한은 모형전망팀 소속 이은경·천동민 과장은 “혁신 생태계 조성, 수도권 집중 완화, 일과 가정의 양립 정책 등 그간 논의돼 온 구조개혁이 성공적으로 시행될 경우 잠재성장률은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총요소생산성 △출산율 제고 △여성·고령층 노동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2040년대 후반에는 잠재성장률이 기존 전망 대비 각각 0.7%p, 0.1~0.2%p, 0.1%p씩 추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 총재는 이같은 연장선 상에서 추경도 필요하지만 20조원 이상의 추경은 오히려 부작용이라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그는 "20조원 이상 규모로 추경을 집행하면 부작용이 크다"며 "추경은 단기적으로 성장률이 떨어질 때 보완하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앞서 추경을 15조~20조원 규모로 편성, 성장률을 0.2%p 정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현희 기자 m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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