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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연구원 "그림자 재보험 규제 효과" 세미나./사진: 최장주 기자 |
[대한경제=최장주 기자] 국내 보험업계가 IFRS 17 도입에 따른 규제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섀도 인슈런스(그림자 재보험)'에 주목하고 있다.
그림자 재보험은 과거 미국 생명보험사들이 규제가 느슨한 지역의 자회사를 통해 부채를 전가했던 관행으로, 당시 현지 보험시장에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를 단순히 부정적인 관행으로만 간주하기 보다 자본관리 전략으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27일 보험연구원은 '그림자 재보험 규제 효과'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으며, 미국의 그림자 재보험 규제가 실제로 해당 관행을 억제했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IFRS 17 도입 이후 한국 보험업계의 변화와 그에 따른 시사점이 논의됐다.
IFRS 17은 보험사의 책임준비금을 시가로 평가하도록 요구하며, 이는 기존 대비 준비금 부담을 크게 증가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이에 따라 일부 보험사들은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재보험 출재나 자본성 증권 발행 등 다양한 전략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그림자 재보험과 유사한 방식이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이를 단순히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보험사의 자본 관리 전략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승수 코리안리 상무는 "그림자 재보험이라는 용어 자체가 부정적인 느낌을 담고 있지만, 이는 보험사가 규제 환경 속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며 "이를 무조건적으로 비판하기보다는 제도의 설계와 감독의 균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그림자 재보험을 억제하기 위해 AG 48(책임준비금 담보 규제)과 PBR(원칙기반 준비금 산출) 같은 규제가 도입되었으나, 실제로 이 관행이 줄어들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가 이번 세미나에서 발표됐다.
윤지연 중앙대학교 경영학과 조교수는 "이러한 규제는 그림자 재보험 사용을 금지하기보다는 보험사가 이를 활용할 인센티브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으나, 기대했던 효과는 제한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한국은 미국과 달리 주별 규제 차이가 없기 때문에 그림자 재보험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IFRS 17 도입 이후 자본 부담 완화를 위한 다양한 전략이 논의되고 있는 만큼, 감독당국과 업계 간 협력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권 상무는 "한국 보험업계는 IFRS 4 시절부터 원가법 개념으로 운영돼 왔기 때문에 과거에는 그림자 재보험과 유사한 문제가 적었다"며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자본성 증권 발행과 공동 재보험 출재가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IFRS 17과 K-ICS(신지급여력제도) 도입으로 인해 요구자본 수준이 기존 대비 2~3배 증가하면서 자본 조달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새로운 규제 환경에서 업계와 감독당국 간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림자 재보험은 실질적인 리스크 이전 없이 그룹 내 자회사로 부채를 전가하는 방식에 불과해, 재무적 안정성을 왜곡하고 소비자 보호를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최장주 기자 cjj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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