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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우정 현엔 대표 “유족에 머리 숙여 사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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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2-28 14:09:37   폰트크기 변경      
작년 최악 적자 ‘겹악재’…올해 실적 영향 촉각

주 대표, 유가족 찾아 사과

“필요한 조치 최선 다할 것”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가 28일 서울 종로구 현대엔지니어링 본사에서 열린 서울세종고속도로 9공구 교량 건설 현장 사고 관련 언론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종무 기자

[대한경제=이종무 기자] “결코 일어나선 안 될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유가족분들께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서울세종고속도로에서 건설 중인 교량 붕괴 참사로 시공사 현대엔지니어링의 주우정 대표는 28일 서울 종로구 현대엔지니어링 본사에서 이같이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 앞서 현대엔지니어링은 주 대표 명의로 사과문을 낸 적이 있지만 주 대표가 직접 나서 공식적으로 사과한 것은 처음이다.

앞서 주 대표는 사고 직후 유가족과 피해 가족을 직접 만나 거듭 사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상자 10명 가운데 지금까지 6명의 가족을 직접 찾아 사과를 드리고 회사 차원의 지원 계획 등을 의논했다”며 “나머지 가족도 허락하는 대로 만나 뵐 예정”이라고 말했다.

△ “역량 총동원 사고 수습 만전”
현대엔지니어링은 유가족과 부상자 가구별로 담당자를 배정하는 등 수습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먼저 유가족에게는 장례 절차를 지원하고 산재보험과 유족 급여를 안내하는 한편, 필요에 따라 노무사도 연결해주고 있다. 부상자는 당장 빠른 쾌유를 위한 치료를 돕는 가운데 재활 치료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날부터 피해 가구당 300만원의 긴급 생계비를 지급하기로 했다. 향후 정신적 충격 완화를 위한 심리 상담도 지원하겠단 방침이다. 사고 현장 인접 가옥 피해를 조사해 불편 사항을 해소하는 등 주민 지원에도 나서기로 했다. 접수된 민간인 물적 피해는 없지만 거더 붕괴로 충격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고, 인근 국도 34호선 교통 통제 등으로 여러 불편 사안이 있을 수 있어 충분한 부담을 지겠다는 설명이다.

주 대표는 “회사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피해자 지원과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면서 “필요한 조치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사고 발생 하루 만인 지난 26일부터는 모든 건설 현장의 작업을 중지하고 안전 점검에 돌입한 상태다. 현대엔지니어링에 따르면 이번 사고와 같은 DR거더 런칭 가설 공법을 적용해 작업 중인 다른 현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정배 현대엔지니어링 안전품질본부장은 “교량뿐 아니라 토목 등 유사한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현장을 중심으로 자체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날 본사에서 열린 언론 대상 브리핑에선 ‘거더 고정 장치’, ‘콘크리트 타설 강도’, ‘신호수와 작업자 간 소통’ 등 사고 원인으로 거론되는 질문과 관련, 조사가 진행 중이란 이유로 답변을 피하는 모습이었다.

다만 현장에선 작업자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매일 현장 위험성 평가와 필요한 교육 등이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사고 당일 필요한 교육과 안전 조치 여부를 확인하고 작업에 투입된 상태였다”면서 “안전모와 안전고리, 벨트를 착용했고, 낙하 방지망과 거더 전도방지시설 등도 완벽하게 설치돼 있었다”고 했다.


28일 서울 종로구 현대엔지니어링 본사. /사진:연합

△ 정부, 붕괴 원인 직접 조사
정부는 이번 교량 붕괴 참사 원인 조사에 돌입했다. 국토교통부는 10명의 사상자를 낸 이번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를 구성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건설기술진흥법은 국토부장관 등이 중대 건설 현장 사고 조사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사조위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토부는 전문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산학연 중심의 민간 전문가로 사조위를 구성했다. 토목구조 전문가로 알려진 양은익 강릉원주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12명의 위원을 꾸렸다. 또 투명한 조사를 위해 독립적으로 업무도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사조위는 이날 사고 현장 인근에서 착수 회의를 열고 앞으로 약 2개월 간 조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여기에 경찰과 고용노동부도 이번 사고와 관련해 강제 수사에 나섰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이날 고용부 감독관 등과 함께 현대엔지니어링을 비롯해, 발주처인 한국도로공사, 하도급사인 장헌산업과 강산개발 등 이들 회사 본사와 현장 사무실 등에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현대엔지니어링 역시 자체적으로 사고 원인을 파악 중이다.

주 대표는 “사고 원인은 철저하고 투명하게 밝혀져야 할 것”이라며 “있는 그대로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성실히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가운데)가 28일 서울 종로구 현대엔지니어링 본사에서 열린 서울세종고속도로 9공구 교량 건설 현장 사고 관련 언론 브리핑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

이번 사고로 올해 현대엔지니어링 실적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조사 결과에 따라 최악의 경우 해당 교량을 전면 재시공하게 되면 추가 비용 투입이 불가피한 탓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약 1조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주가도 요동치고 있다. 사고 여파로 이날 모회사인 현대건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96% 내린 3만3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사고 직전인 지난 24일 종가(3만5300원)과 비교하면 5.09% 하락한 수치다.

주 대표는 “조사 결과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사고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현재는 답변드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상준 현대엔지니어링 건축사업본부장은 “안전 진단을 통해 재시공이든, 보강이든 범위가 먼저 확정돼야 한다”면서 “조사 결과가 나온 뒤 이에 대한 비용을 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관련 업계 일각에선 이번 고속도로 교량 붕괴 사고가 참사로 이어지면서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에도 악영향을 미칠지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그간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 풍부한 경험을 강조해왔던 ‘K-건설’의 신뢰에 타격이 있을 수 있어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경기 침체로 해외에서 영역을 지속 확대하는 와중에 악재가 터진 격”이라며 “수주 계약이 보류되거나 취소되는 등 실질적인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무 기자 jm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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