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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건설안전, 환경 조성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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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3-04 13:45:19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정회훈 기자] 건설현장에서 또 대형사고가 터졌다. 지난달 25일 고속국도 제29호선 세종∼안성고속도로 건설공사 제9공구 천용천교 공사현장에서 거더(빔)가 무너져 내렸다. 수백t의 거더들이 최대 52m 교각 아래로 속절없이 떨어지는 사고 영상에 모골이 송연해졌다. 10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바로 밑 도로에 지나가는 자동차나 행인이 없었던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일련의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그 원인으로 기술적 접근이 우선한다. 안전에 문제가 있는 기술이 아닌지 먼저 살펴보는 식이다. 그러나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기술개발을 해 수익을 창출하려는 엔지니어는 없다. 엔지니어에게 자신이 개발한 기술은 자식이나 다름없다. 시장에 기술을 내놓을 때까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며, 상용화 후에도 개선ㆍ보완점을 찾으려 애쓴다.

불완전한 기술은 심의를 통해 걸러지기 마련이다. 특히, 2차례에 걸친 깐깐한 심의에 현장실사까지 수행하는 건설신기술은 불완전 기술이 기생할 여지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5년(2019∼2023년) 간 건설신기술 지정률은 36.2%로 집계됐다. 신기술 신청 3건 중 1건 정도만 심의를 통과해 지정되는 셈이다.

이번 천용천교 건설에 적용된 장헌산업의 ‘DR거더’는 건설신기술 제582호다. 2020년 7월 신기술 보호기간이 만료됐지만, 콘크리트 거더 중 베스트셀러로 명성을 쌓았다. 누적 실적은 2892억9526만원으로 제도 도입 36년째 접어든 건설신기술 역대 2위에 해당한다. DR거더로 건설된 교량이 수백 개에 이른다는 이야기다.

오랜 세월 멀쩡하게 적용된 기술이 이제 와 문제가 있다는 식의 발상은 어째 어색하다. 사고 원인이야 면밀한 조사를 통해 드러나겠지만, 기술적인 접근에만 매달리면 곤란하다. 기술 이면에 숨어 있는 다른 부분까지 조사 범위를 넓혀야 한다.

실례로 한 교량업체 대표는 콘크리트 강도를 지적했다. “최근 양질의 골재 부족으로 거더의 콘크리트 강도가 제대로 발현되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현장에서 거더를 제작할 때 거푸집을 떼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거푸집 안쪽이 매끄럽지 않고 콘크리트가 묻어나오면 굳더라도 기준 이하의 강도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거더는 바로 깨부수고 다시 제작한다. 한데 양질의 골재가 들어간 레미콘(콘크리트)을 찾는 게 여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2023년 4월 발생한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당시 철근 누락이 먼저 공개되면서 애꿎은 무량판 구조가 두들겨 맞았지만, 콘크리트 강도 부족이 주요 사고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실제 사고 현장의 콘크리트 강도는 설계기준의 85%에도 한참 못 미쳤다.

물론 자재의 문제라고 해서 시공업체가 책임에서 벗어날 순 없다. 기준에 부합한 질 좋은 자재를 선택ㆍ사용하는 것도 시공사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다만, 질 좋은 자재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은 마련되어야 한다. 그것이 정책이다.

공교롭게 국토교통부는 사고 발생 이틀 후인 지난달 27일 ‘건설현장 추락사고 예방 대책’을 발표했다. 사망사고 발생 시 건설사 명단 공개를 재추진한다고 한다. 시공사 압박보다는 안전한 환경 조성이 먼저다. 사고 예방에 손을 놓는 시공사가 어디 있겠나.

건설기술부장 ho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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