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워싱턴DC 연방의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 AP=연합 |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관세 전쟁’을 개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한국을 정면 겨냥했다. 한국 등 핵심 동맹국도 ‘고관세’ 기조의 예외가 될 수 없으며, 방위비 분담금 인상과 조선업ㆍ반도체를 위시한 주력 분야의 미국 투자 등 ‘직접적 기여’를 압박하려는 발언이라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2기 임기 첫 연방의회 연설에 나서 “셀 수 없이 많은 국가가 우리가 그들에 부과한 것보다 훨씬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 매우 불공정하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한국의 대미 관세가 미국보다 ‘4배’ 높다며 “우리는 한국을 군사적으로 그리고 아주 많은 다른 방식으로 아주 많이 도와주는데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시스템은 미국에 불공평하며 언제나 그랬다”며 4월2일로 예고한 전 국가 대상 품목별 관세 부과 방식인 ‘상호관세’ 시행 방침을 재확인했다.
불확실한 통계와 과장된 사실을 이용한 트럼프 특유의 ‘여론전’을 한국을 겨냥해 펼친 것이다. 우리 정부는 즉각 해명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지난 2012년 한미 양국이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실효 관세율이 0.8% 수준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트럼프의 속내는 ‘비관세장벽’으로 대표되는 관세 외 규제 완화와 주력분야의 현지 투자 확대를 이끌어내는 데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한미 양국은 조선ㆍ에너지ㆍ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ㆍ관세ㆍ비관세장벽 5대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 협의체를 가동하기로 합의했다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전날 밝힌 바 있다.
안 장관은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에서 나오는 관세 등 조치가 한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예외가 계속 나올 수 있고 예상도 하기 어렵다”며 “결국은 트럼프 정권 내내 긴밀히 소통하는 채널을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이날 연설에서도 한국을 겨냥한 발언들을 종횡무진으로 쏟아냈다. 한국과 일본 등 국가들이 세계 최대 규모의 알래스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에 참여하고 있다며, 특히 이들 국가가 ‘수조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환영했다.
조선업에 대해 “우리의 방위산업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부활시킬 것”이라며 조선업 관련 기구 신설과 세금감면 혜택 시행 등을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가 준비 중인 조선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행정명령 초안 요약본을 공개했다.
이는 18개 조치로 이뤄져 있는데 중국에서 건조한 선박이 미국 항만에서 중국산 크레인을 사용하면 수수료를 부과하고 이를 국내 해양산업 강화에 투자하는 방안 등이 대표적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내 사무국 신설과 함께 해양 안보 신탁기금 조성, 조선소 노동자 임금 상향 등의 내용도 담겼다.
무엇보다 조선업은 트럼프가 지난해 11월 당선된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콕 집어 협력을 강조한 최대 관심 사안이다. 이에 따라 관세와 방위비 분담 인상 등 ‘채찍’과 함께 세제 혜택 등 ‘당근’을 함께 제시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는 또 이날 연설에서 미국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건립한 기업에 527억달러 규모의 보조금 지급 등의 내용이 담긴 ‘반도체법’을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우리가 돈을 주는 게 아니라, (해외업체들이) 관세를 내지 않도록 하는 것뿐”이라는 논리다.
‘미국산’ 자동차에만 세제 혜택을 주겠다고도 말했다. 이 역시 한국기업에 악재다.
현재 삼성전자, LG전자,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트랜시스 등 400여개 기업이 미국보다 생산원가가 저렴한 멕시코에 진출한 뒤 미국ㆍ멕시코ㆍ캐나다무역협정(USMCA)을 이용해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해왔다. 그러나 트럼프가 전날 멕시코에 25% 관세를 강행하면서 이들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강성규 기자 ggang@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