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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그룹의 허진수 사장(왼쪽)과 허희수 부사장./사진=SPC그룹 |
[대한경제=오진주 기자]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해외 사업에 강드라이브를 거는 건 허진수와 허희수 두 아들로 승계를 위한 밑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영 성과가 두 아들의 승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단 전망이다.
현재 SPC그룹은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파리크라상을 통해 나머지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지배구조 정점에 위치한 파리크라상은 허 회장이 63.31%, 허진수 사장이 20.33%, 허희수 부사장이 12.82%, 허 회장의 부인 이미향씨가 3.54%의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지난해 그룹의 승계 구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허 회장의 경영 공백이 발생하면서 두 형제의 행보에 관심이 쏠렸다. 지금까지 해외 사업은 장남인 허진수 사장이, 국내 사업은 차남인 허희수 부사장이 맡아 운영하며 분업 체제를 구축하는 모양새다.
허진수 사장은 최근 허 회장과 해외 행사에 함께 참석할 정도로 적극적인 글로벌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지난해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처음 열린 글로벌 가맹점 간담회에 참석해 의견을 듣고, 지난달 말레이시아 조호르주 제빵공장 준공식에 허 회장과 같이 했다.
하지만 SPC그룹의 해외 사업은 이제는 흑자를 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매장을 늘리며 전반적으로 매출은 증가하고 있지만 적자는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파리크라상 미국법인의 경우 지난 2023년 32억59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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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희수 부사장도 지난해 배스킨라빈스와 던킨 행사에서 직접 브리핑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앞서 허 부사장은 미국 버거 브랜드 쉐이크쉑을 국내에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6년 한국에 첫선을 보인 쉐이크쉑은 지금까지 국내에 매장 30곳을 냈다. 지난 2023년 12월 쉐이크쉑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빅바이트컴퍼니를 설립한 이후 최근에는 아웃렛 등에 문을 열며 고객 접점을 넓히고 있다.
그러나 배스킨라빈스와 던킨 등 기존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브랜드의 혁신이 필요한 상황이다. 두 브랜드를 운영하는 비알코리아는 지난해 29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30년 전 한국에 처음 등장한 던킨은 그동안 도넛 브랜드의 대표였지만 소셜미디어(SNS)에 올릴만한 화려한 수제 도넛으로 트렌드가 바뀌면서 인기가 예전같지 않다. 배스킨라빈스는 가성비 또는 고급으로 나뉘는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위치가 애매해졌다.
이에 두 브랜드는 혁신 매장을 도입하고 있다. 배스킨라빈스는 허 부사장 주도로 플래그십 스토어인 ‘워크샵 바이 배스킨라빈스’를 열어 이곳에서 인공지능(AI)이 개발한 메뉴를 선보이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던킨도 매장에 플래그십 스토어인 ‘원더스’를 도입해 신메뉴를 기획하고 빠른 배송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던킨 원더스 청담’에 이어 라이브 강남 매장을 원더스로 새단장했다.
업계에선 SPC그룹의 장자 승계 원칙을 고집하지 않는 점을 미뤄볼 때 두 형제가 계열을 분리해 경영하는 체제를 구축할 수도 있다고도 본다. 창업주인 고 허창성 명예회장도 장남 허영선에게 삼립식품을, 차남 허영인에게 샤니를 넘겼다. 다만 두 형제의 경영 성과에 따라 한 명에게 경영권이 승계되는 단일 체제를 구축할 수도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두 형제가 경쟁적으로 경영 전반에 나서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당분간 각 사업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계속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오진주 기자 ohpea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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