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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사진: 연합ㆍ고려아연 제공 |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고려아연과 영풍이 영풍의 고려아연 주식 현물출자 행위가 적법한지에 엇갈린 해석을 내놓았다. 고려아연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없이 진행된 위법행위라고 주장하는 반면, 영풍은 상법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적법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영풍은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보유 중인 고려아연 주식 전량(526만2450주, 지분율 25.42%)을 신설 유한회사 ‘와이피씨’에 현물출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의 의결권을 안정적으로 행사하고, 자산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이로써 영풍은 고려아연 임시주총 전날인 1월 22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조성한 ‘고려아연-SMC-영풍-고려아연’의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냈다.
영풍의 결정 직후 고려아연도 입장문을 내고 “영풍의 고려아연 주식 현물출자는 주주총회 특별결의 없이 이뤄져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영풍이 현물출자한 고려아연 주식은 시가 기준 약 3조9265억원으로, 영풍 총자산(5조5681억원)의 70.52%이자 자기자본 대비 91.68%에 달하는 규모라는 점에서다.
고려아연은 “상법 제374조에 따르면 회사는 ‘영업의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의 양도’ 행위를 할 때에는 제434조에 따른 결의가 있어야 하며, 이는 주주 3분의 2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특별결의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려아연 주식은 영풍의 입장에서 사업을 정상화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자산이며, 고려아연을 통한 배당은 유일하게 돈을 버는 핵심 재원”이라며 “이런 자산을 주주들의 동의 없이 기습적으로 빼돌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영풍은 9일 반박 보도자료를 내고 “상법 제374조 제1항에 따르면, 주주총회의 특별결의 사항인 ‘영업의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의 양도’에 해당하려면 회사의 영업 구조의 변경이 있어야 한다”며 “영풍은 기존 제련 사업 등 본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고려아연 주식은 영업이 아닌 관계기업 투자지분이기 때문에 그 처분에 특별결의가 필요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계열회사 간 주식양수도는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신고 대상에서도 제외되는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영풍은 오히려 고려아연이 불법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영풍은 “최 회장 측은 지난 1월 임시주주총회 하루 전날 영풍의 주식 10.3%를 호주의 피지배회사인 SMC에 넘겨 불법적인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하고, ‘상호주’를 이유로 영풍의 의결권을 부당하게 제한했다”며 “이는 우리나라 정부가 수십 년간 대기업 경제력 집중 규제를 위해 구축해 온 공정거래법의 근간을 흔들고,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훼손한 심각한 불법행위”라고 비판했다.
양측 모두 법적 해석을 달리하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이달 말로 예정된 고려아연의 정기주주총회가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법원이 집중투표제 도입의 효력을 인정하면서, 이번 정기주총에서는 집중투표제 방식으로 신임 이사진이 선임된다. 영풍ㆍMBK파트너스 측은 당장 이사회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지분 우위에 있는 만큼 이사회 장악은 시간 문제라는 입장이다. 이에 맞서 고려아연은 현대차, 한화, LG화학 등 주요 기업들과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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