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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 홈플러스 중계점 매대 곳곳이 비어 있다./사진=오진주 기자 |
[대한경제=오진주 기자] "2000원짜리 상품권이라도 쓰려고 왔어요."
지난 8일 서울 홈플러스 중계점, 계산대에 홈플러스 상품권을 내민 50대 A씨는 이렇게 말했다. 바로 앞 단지에 거주해 매주 홈플러스를 찾는다는 그는 "매장이 없어질까 봐 남은 포인트도 다 쓰려 한다"고 말했다.
이날 찾은 홈플러스 중계점은 휴무일 전날이지만 고객이 평일 수준에 불과했다. 인근에 대단지 아파트가 많아 지난주 '홈플런' 행사 초기에는 오픈런이 이어질 정도였지만 홈플러스의 회생 신청 이후 발길이 크게 줄었다.
이용객들의 걱정을 보여주듯 계산대 6곳 중 2곳에서는 고객들이 상품권을 제시했다. 10만원부터 2000원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이달 홈플런 행사를 통해 상품권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시중에 상품권이 다수 유통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매대 곳곳에 상품이 채워지지 않은 부분엔 '매진' 푯말을 붙여놓기도 했다. 매장 직원은 "지난주 행사 때 물건이 많이 나가 그렇다"고 설명했지만, 푯말을 보는 고객들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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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중계점에서 고객들이 계산을 하고 있다./사진=오진주 기자 |
홈플러스는 우선 CJ제일제당과 오뚜기, 농심 등 주요 식품사들이 납품을 재개하면서 매대가 비는 최악의 상황은 막았다. 롯데웰푸드와 삼양식품도 대금을 지급받고 납품 재개를 결정했다. 롯데칠성과 동서식품 등은 아직 검토 중이다.
납품 중단이 잇따르면서 지난 7일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관련 간담회를 열 예정이었지만 홈플러스가 해결 의지를 밝히면서 간담회는 열리지 않았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지난 6일 대금 지급 재개 이후 납품을 일시적으로 유예했던 다른 협력사들과도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홈플런 행사가 끝나는 12일 이후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다. 행사 기간에는 고객이 몰리지만, 그 이후 가격이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그 사이에도 신뢰를 회복하지 못해 고객 발길이 더 줄면 현금 창출 능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가 현금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에 대한 납품 업체들의 불안도 지속되고 있다. 홈플러스의 납품 대금 정산 주기는 최장 60일로 보통 한 달인 다른 대형마트보다 길다. 자녀와 함께 중계점을 찾은 B씨는 "홈플런 초기에는 할인율이 높았는데 지금은 이전만큼 저렴하지 않은 것 같다"며 "할인이 끝나면 굳이 올 이유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홈플러스에 입점한 테넌트(임차인)들도 문제다. 대형마트에 입점한 약국과 안경점 등 매장은 홈플러스와 포스(계산기기)를 같이 쓰고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낸 뒤, 나중에 임차료와 관리비 등을 제외한 수익을 돌려받는 구조인 곳도 있다.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별도의 카드 단말기를 설치하는 방법 등을 논의하며 대응하고 있다.
이에 홈플러스 측은 "평가된 부동산 자산만 4조7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며 "회생절차를 통해 금융채무 부담이 경감되면 홈플러스는 영업활동을 통해 한 달에 1000억원 이상의 잉여현금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반박했다.
오진주 기자 ohpea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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