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승윤 기자] 12ㆍ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이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에 따라 풀려나면서 앞으로 재판이 어떻게 흘러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법조계에서는 ‘재판 장기화’와 함께 법원이 윤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에서 언급한 ‘수사 과정의 적법성’ 문제가 향후 재판의 최대 쟁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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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차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오후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된 지 52일 만이다.
심우정 검찰총장 등 검찰 수뇌부는 장고 끝에 법원의 윤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를 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이는 법원의 보석 결정이나 구속집행정지 결정 등 인신구속과 관련된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 규정을 위헌이라고 판단했던 과거 헌법재판소 결정 등을 감안한 조치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헌재가 구속취소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 규정의 위헌 여부를 판단한 사례는 아직 없지만, 검찰은 향후 재판 과정에서 불법 구금이나 위헌 논란 등 불필요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즉시항고를 포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 7일 윤 대통령 측의 구속취소 청구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우선 “구속 기간은 날이 아닌 실제 시간으로 계산하는 게 타당하다”며 ‘구속 기간이 지난 뒤 기소했다’는 윤 대통령 측 주장이 옳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정해진 구속 기간 안에 피의자를 기소하지 않으면 풀어줘야 한다.
형사소송법상 구속영장심사나 체포ㆍ구속적부심 과정에서 법원이 관련 서류와 증거물을 접수했다가 검찰에 돌려줄 때까지의 기간은 체포ㆍ구속 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데, 지금까지는 이를 ‘일’ 단위로 계산했지만 피고인(피의자)에게 유리하도록 ‘시간’ 단위로 계산해야 한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피의자)의 이익으로(in dubio pro reo)’라는 형사사법 절차의 대원칙에 따른 결정”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형사소송법은 ‘일(날)’과 ‘시간’에 대한 개념을 엄격히 구분하고 있다”며 무리한 법 해석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재판부는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고 수사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구속 기간이 끝나기 전에 윤 대통령이 기소됐더라도 구속취소 사유가 인정된다고 봤다.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등에 대해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이를 그대로 두고 재판이 진행된다면 향후 파기ㆍ재심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법조계에서는 ‘예견된 참사’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수사 경험이나 실적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내란죄 수사권을 갖지 못한 공수처가 윤 대통령 수사에 뛰어들었을 때부터 향후 재판 단계에서도 논란이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많았기 때문이다.
앞서 공수처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을 체포ㆍ구속했지만 제대로 된 조서조차 남기지 못한 채 빈손으로 사건을 검찰로 넘겨 ‘공수(空手)처’라는 오명을 썼다.
게다가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 사건 재판 관할인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서부지법에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ㆍ구속영장을 청구해 이른바 ‘영장 쇼핑’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A부장판사는 “공수처에 윤 대통령 수사를 종용했던 민주당 등 야당에도 책임이 있다”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이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되면서 내란 혐의 사건 심리는 당초 예상보다 길어질 전망이다. 피고인이 구속 상태라면 통상 1심 최대 구속 기한인 6개월에 맞춰 재판이 진행되지만, 불구속 상태에서는 이 같은 제한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등에 대한 논란이 이어질 경우 법원이 윤 대통령 측의 문제 제기를 받아들여 사건을 구체적으로 심리하지 않은 채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형사소송법은 기소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해 무효일 땐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이날도 입장문을 내고 “경찰 국가수사본부가 위법한 수사에 대해 검찰이 영장을 기각할 것으로 예상되자 공수처를 영장 청구 수단으로 이용했다”며 윤 대통령 수사 과정이 위법했다고 주장했다.
법조계는 공소기각 판결이 선고되더라도 ‘하나의 범죄를 이중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 원칙과는 무관해 ‘재기소’는 가능하지만, 수사와 재판 절차가 다시 진행돼야 하는 만큼 윤 대통령를 내란죄로 처벌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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