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원의 재산을 배우자(법정상속분 12억9000만원)와 두 성인 자녀에게 각각 10억원씩 상속하는 경우 현행 상속세는 전체 상속재산 30억원을 기준으로 산출한 4억4000만원이다. 하지만 유산취득세 방식을 적용하면 배우자를 제외한 두 자녀만 각 9000만원씩, 1억8000만원의 세금을 내면 된다.
이처럼 정부가 12일 발표한 유산취득세 개편안의 핵심은 상속인별로 받은 재산에 각각의 공제 및 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과세 대상 재산이 각 상속인별로 쪼개지면서 전체 상속 재산에 과세하는 기존 방식보다 세금이 큰 폭으로 줄게 된다.
유산취득세를 도입할 경우 앞선 예시처럼 상속세가 약 60% 줄어드는 셈이다. 상속인별로 보면, 배우자는 상속 재산과 같은 규모의 공제(10억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과세표준은 0원이다. 내야 할 세금이 없다.
나머지 자녀들은 각각 기본공제 5억원씩 받기 때문에 남은 5억원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면 된다. 이 경우 적용되는 최고 세율은 20%(과세표준 1억원 초과∼5억원 이하)다. 두 자녀가 각각 5억원의 과세 표준에 대해 20%의 최고 세율을 토대로 계산한 세금(각 9000만원)을 내면 되는 것이다.
반면, 기존 방식에 적용되는 최고 세율은 유산취득세 방식보다 2배 높다. 과세표준 산정 대상이 상속인이 각각 받은 재산(10억원)이 아닌 상속 전 전체 재산(30억원)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과세표준은 배우자 공제 10억원, 일괄공제 5억원을 제외한 15억원으로 최고세율은 40%(과표 10억원 초과∼30억원 이하)다.
특히, 이번 개편안에서 자녀 공제를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대폭 확대한 점도 상속세를 크게 줄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배우자가 없는 피상속인(고인)이 15억원의 상속 재산을 3명의 자녀에게 물려줄 경우 현행대로라면 일괄공제 5억원을 제외한 과표 10억원에 대해 2억4000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유산취득세 방식대로 하면 자녀 1명당 각각 5억원의 공제가 적용돼 과세표준 자체가 0원이 된다.
나아가 유산취득세는 상속을 받는 자녀가 많을수록 공제액이 늘어 세금이 줄어드는 구조다. 상속인이 많으면 그만큼 상속재산이 분할돼 최고 세율도 낮아진다. 상속세는 상속재산이 많을수록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유산취득세가 도입되면 누진세율을 더 많이 낮출 수 있다.
다만, 유산취득세 개편에 따른 세수 감소는 2조원이 넘을 전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세법개정안을 발표할 당시 인적공제 확대에 따른 세수 (감소) 효과를 약 1조7000억원이라고 추산했다”며 “이와 함께 과표분할 효과를 더하면 2조원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상속세는 2023년 기준 8조5000억원 걷혀 전체 국세수입(344조1000억원)의 2.5%를 차지했다. 과세자는 1만9900명으로 전체 결정 인원의 6.8% 수준이다. 정부는 유산취득세로 전환되면 과세자 비율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유산취득세 체제로 전환되면 상속을 분산해 개별 취득액을 낮추는 방식으로 조세 회피가 증가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위장분할이 있는 경우 부과 제척기간을 기존 10년에서 15년으로 연장할 방침이다.
아울러, 우회상속 비교과세 특례 제도를 신설해 우회 상속 결과 실제 상속세 부담이 줄어든다면 추가로 과세하겠다고도 밝혔다.
노태영 기자 fact@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