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층에 월 8만원 주는 게 무슨 도움되나”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매월 8만원 정도의 지원금이 과연 고소득층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될까요. 훨씬 적은 재원을 들여서 저소득층에게 4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넉넉하게 차등 지급하는 것. 둘 중 어떤 것이 효용 가치가 있을지 여러분들은 그 정답을 이미 알고 계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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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24일 ‘디딤돌소득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서울시는 관련 학회, 기관과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공동연구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디딤돌소득 비전과 정합성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 사진 : 서울시 제공 |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핵심공약인 ‘기본소득’을 비판하면서 서울시 소득 보장실험인 ‘디딤돌소득’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24일 오 시장은 오전 시청사에서 개최한 ‘디딤돌소득 정합성 연구결과’에서 비전 발표를 통해 “전 국민에게 1년에 100만원씩, 즉 월 8만3000원씩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시행하려면 연간 51조원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면에 디딤돌 소득은 기준 중위소득 85% 기준일 때 36조 6000억, 65% 기준일 때는 13조원의 추가 소요액이 필요하다”라며 예산적 측면에서도 디딤돌소득이 더욱 가성비가 좋다고 강조했다.
소득수준에 따라 지원금을 차등적으로 지급하는 것을 골자하는 디딤돌소득은 오 시장의 핵심 복지모델로 꼽힌다. 야권의 유력한 대권 후보인 이 대표가 내세운 보편적 지급 형식의 ‘기본소득’과는 정면으로 대치하면서 그간 꾸준히 비교 대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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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딤돌소득 성과분석. / 자료 : 서울시 제공 |
그런데 서울시는 이번 ‘디딤돌소득 정합성 연구결과’에서 그 성과가 분명히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시에 따르면, 지난 3년 여 간 소득 실험 결과 기준중위소득이 85% 이상을 넘어 더는 디딤돌소득을 받지 않아도 되는 탈(脫)수급 비율이 8.6%로 나타났다. 근로소득이 늘어난 가구도 31.1%로 집계됐다. 당초 “소득을 보장받더라도 근로의욕은 떨어지지 않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오 시장의 디딤돌소득 도입 취지가 입증된 것이다.
시는 정확한 연구를 위해 지난 2022년부터 시범사업으로 기준 중위소득 85%(재산 3억2600만원 이하) 가구에 기준소득 대비 부족한 가계소득 일정분을 채워주는 방식의 지원금 지급을 실시했다.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이 지원하는 ‘하후상박(下厚上薄)’형으로, 소득과 재산만으로 참여가구를 선정하는 것이 특징이다. 소득기준을 초과해도 재산기준에 부합하면 수급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시는 현재 총 2076가구에 이같은 디딤돌 소득을 지급하고 있다.
시는 이처럼 소득의 실질적인 개선 효과가 입증됨에 따라 디딤돌 소득을 사회보장제도의 한 축으로 안착시키고 전국적으로 확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연구 총괄해온 서울복지재단은 “현재 시범사업 중인 기준중위소득 85%까지 포함하는 모델을 전국적으로 적용할 경우 전체 가구의 3분의 1이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 모델 적용시 보장수준이 기준중위소득 42.5%(2024년 기준 1인가구 최대 월 95만원)까지 확대된다. 이를 통해 근로 연령층과 취업자가 많아 기존 사회보장제도에서 배제됐지만 급격한 소득 변화 등으로 경제적 불안도가 높은 계층까지 모두 지원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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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제도와 디딤돌소득 비교. / 자료 : 서울시 제공 |
재정 규모는 약 36조6000억원으로 추정되지만, 연간 51조원이 필요한 기본소득보다는 비용이 적게 들어간다는 게 시의 분석이다.
다만 디딤돌소득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기 위해선 중복지급을 피하기 위해 기존 복지제도와의 통합 작업이 선제되어야 한다. 오 시장은 “현행 95개 사회복지제도 중 36개 제도와 통합ㆍ연계할 경우 효율성이 극대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난 3년간 서울시의 디딤돌소득 시범사업은 K-복지 비전과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디딤돌소득은 현 제도 사각지대 보완, 빈곤위험층 등 신(新) 정책대상을 포괄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어렵고 소외된 국민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대한민국 복지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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