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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주로칼럼] 터널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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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3-25 06:00:49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헌법재판소는 24일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국회의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됐던 한 총리는 87일 만에 국무총리 자리에 돌아와 대통령 권한대행을 다시 맡았다.

당초 법조계 안팎에서는 한 총리 사건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결론을 가늠할 ‘예고편’이 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한 총리 탄핵 사유에 “윤 대통령의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를 적극 돕거나 묵인ㆍ방조했다”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헌재는 한 총리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하면서 12ㆍ3 비상계엄 사태의 위헌ㆍ위법 여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一言半句)’도 하지 않았다.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일말의 ‘힌트’조차 거부하자 다시 온갖 ‘썰’이 나돈다. 가뜩이나 헌재가 철통 보안 속에서 ‘깜깜이 평의’를 이어가는 동안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결론을 놓고 별의별 추측이 난무하는 터다. ‘8대 0 인용’부터 ‘4대 4 또는 5대 3 기각’까지 내용도 구체적이다.

한 총리 사건에서 헌법재판관들의 의견이 기각과 각하, 인용으로 엇갈리자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4월 초로 미뤄진다”거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와 달리 ‘만장일치’ 결정이 나오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하지만 A 전 헌법재판관은 “한 총리 탄핵심판과 윤 대통령 탄핵심판은 완전히 별개의 사건인 만큼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며 “국민들께서 헌재의 심리 과정을 믿고 끝까지 잘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우리나라는 이미 너무 많은 국력을 잃었다. 탄핵 찬반 세력의 대립은 정점에 달했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대규모 집회가 이어지면서 국민들의 피로도 극에 달했다. ‘헌재가 더 이상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미뤄선 안 된다’는 여론이 높아진 이유다.

다만 온 나라를 뒤흔든 비상계엄 사태를 과연 ‘초대형 해프닝’으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 있을까. 아직 결론은 알 수 없지만, 나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정치적ㆍ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만큼 탄핵심판 청구가 인용될 것이라고 본다. “야당에 대한 경고 차원에서 비상계엄을 했다”는 주장을 헌재가 받아들인다면 윤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주는 셈이고, 앞으로 비상계엄이 남용될 가능성도 크다.


게다가 국회 개원식 참석이나 시정연설을 거부하는 등 국회를 대놓고 무시한 사람은 바로 윤 대통령이다. 야당의 탄핵 남발도 잘못이지만, 어떤 일이 있더라도 마땅히 대화로 풀었어야 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권이나 국민 모두 헌재가 내린 결론에 승복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게 법치주의(法治主義)이고, 우리가 정해놓은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이 무너진다면 우리 사회는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문명 이전의 원시사회나 다를 바 없게 된다.

추운 겨울이 지나 봄이 오면서 어두운 터널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만 이 터널의 끝에 더 어두운 터널이 나오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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