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착석해 있다. /연합 |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한 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과 국무총리 직무에 즉각 복귀했다. 지난해 12월27일 국회가 탄핵안을 의결한 지 87일 만이다.
헌재는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한 총리 탄핵 심판 선고기일에서 기각 결정을 내렸다. 재판관 8명 중 5명이 기각, 1명이 인용, 2명이 각하 의견을 냈다.
이날 선고는 이른바 5대 쟁점 중 ‘헌법재판관 임명 부작위’가 결과를 가른 중대 쟁점이 됐다.
문형배ㆍ이미선ㆍ김형두ㆍ정정미 재판관은 △특별검사 임명 법률안에 대한 재의요구권 행사 △비상계엄 선포 및 내란행위 △한덕수ㆍ한동훈 공동 국정운영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 의뢰 지연에 대해서는 한 총리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헌법재판관 임명 부작위에 대해선 이들 4명과 인용 의견을 낸 정계선 재판관은 헌법 66조와 111조, 국가공무원법 제56조 등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재판관들은 “대통령은 국회가 헌법 제111조 제3항(헌법재판관 중 3인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자를, 3인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자를 임명한다)에 따라 재판관으로 선출한 사람이 법률 위반 등 하자가 없는 한 그 사람을 임명할 헌법상 의무를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그 직무를 수용할 수 없을 경우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는 총리 등 국무위원들 역시 마찬가지로 이 의무를 가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4명의 재판관들은 이 같은 위헌ㆍ위법이 파면에 이를 정도의 ‘중대성’은 충족시키지 못한다며 기각 의견을 냈다.
한 총리의 임명 거부가 헌재 무력화를 위한 목적에 기인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고, △당시 헌재 임명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지속되고 △한 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역할과 범위 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었다는 점 △한 총리 탄핵소추 이후 최상목 권한대행의 조한창ㆍ정계선 재판관 임명으로 헌법질서가 일부 회복된 점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반면 정계선 재판관은 “대통령의 직무정지라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고, 국가적 혼란을 신속하게 수습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오히려 논란을 증폭시켰다”며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국회가 의결한 ‘내란 특검’의 후보자 추천을 제때 의뢰하지 않는 것 또한 비슷한 논리로 파면 사유로 지목했다.
기각 의견을 낸 김복형 재판관은 국회가 3명의 재판관을 선출한 다음날인 “지난해 12월27일 한 총리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점을 고려하면 한 총리의 위헌ㆍ위법 여부를 신중히 확인하고 검토할 상당한 기간이 경과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가장 관심을 모은 ‘비상계엄’에 대해서는 당시 한 총리의 행위에 한정한 법리적 해석과 판단만을 내놓았다.
기각 의견 5인과 정계선 재판관 등 6인은 한 총리가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는 등 적극적 행위를 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나 객관적 자료는 찾을 수 없다”고 봤다.
![]() |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으로 직무에 복귀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 |
여당이 제기한 ‘의결정족수’에 대해서는 재판관 2명만 이를 사유로 ‘각하’ 의견을 내고, 나머지 재판관들은 문제 삼지 않으면서 사실상 야당과 우원식 국회의장의 논리에 손을 들어줬다는 평이다.
여야는 국회 탄핵소추안 의결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 총리의 의결 정족수를 놓고 논쟁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탄핵소추 기준에 해당하는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200명)을 적용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일반 국무위원 탄핵 요건에 해당하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151명)를 충족하면 된다고 반박했다.
결국 우원식 국회의장이 ‘과반수’ 기준 적용을 확인하면서 한 총리 탄핵안은 192명 찬성으로 의결됐다.
정형식ㆍ조한창 재판관은 “이 사건은 대통령 권한대행과 국무총리에 대한 개개의 탄핵소추 사유별로 심의 가결된 것이 아니고 국무총리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의 직무집행 행위를 포괄해 하나의 탄핵소추안으로 발의되고 심의ㆍ가결된 것”이라며 ‘각하’ 의견을 냈다.
한 총리는 이날 복귀 직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담화를 내고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하고 지정학적 대변화와 경제질서 재편에 직면하고 있다”며 “현실로 닥쳐온 통상 전쟁에서 우리나라의 국익을 확보하는 데 모든 지혜와 역량을 쏟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특히 “우리 국민 대다수는 나라가 왼쪽으로 치우치는 것도 오른쪽으로 치우치는 것도 원치 않았다. 다만 ‘위’로, ‘앞’으로, 올라가고 나아가기를 원했다”며 “대한민국이 지금의 위기 국면을 헤치고 위와 앞을 향해 도약할 수 있도록 여야의 초당적 협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강성규 기자 ggang@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