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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재개 D-4] ①기울어진 운동장 평평하게…세계 첫 전산시스템도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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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3-27 15:40:38   폰트크기 변경      

그래픽=대한경제

[대한경제=김관주 기자] 공매도가 1년 반 만에 국내 증시에 돌아온다. 금융당국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공매도의 오명을 씻기 위해 개미와 큰손 간의 거래조건을 동일하게 적용할 가운데 주식을 ‘선(先)매도, 후(後)대여’하는 무차입 공매도를 방지할 전산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구축하고 있다.

매도 앞에 ‘빌 공(空)’이 붙은 공매도는 보유하지 않은 종목에 대해 매도 주문을 내는 거래 방법이다. 투자자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을 빌려서 미리 판 뒤 주가가 떨어질 때 싼값에 되사서 갚아 차익을 얻을 수 있다. 공매도는 시장 유동성을 키우고 실적 대비 거품이 낀 주가를 안정화한다는 순기능도 갖는다.

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1일 제1차 임시회의를 열고 오는 31일부터 국내 증시 전 종목을 대상으로 공매도를 전면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코스피200·코스닥150 종목은 2023년 11월5일 이후 17개월 만에, 그 외 종목은 2020년 3월 이후 5년 만에 공매도가 재개된다.

이번 공매도 전면 재개는 작년 6월에 마련한 공매도 제도 개선 방안의 후속 조치가 완료됐다는 금융위의 판단에서 이뤄졌다. △기관·개인투자자의 공매도 거래조건 차이 해소 △철저한 공매도 전산시스템을 구축해 기관투자자의 무차입 공매도 차단 등이 개선안의 골자다.

◆기관도 개인도 규칙은 ‘하나’
금융당국은 기관이 이용하는 대차거래와 개인의 대주서비스의 공매도 거래조건을 동일하게 맞추기로 했다. 공매도 목적의 대차·대주는 상환기간을 90일(연장할 경우 총 12개월)로 통일한다. 작년 11월부터 시장조성자와 유동성공급자에 우선적으로 적용 중이다. 그간 개인은 상환기간이 90일로 제한됐지만 기관은 특별한 제한이 없어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개인과 달리 기관은 주가가 떨어질 때까지 버틸 수 있어 매매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해서다.

여기에 120%인 개인 대상 대주서비스의 담보비율을 기관의 대차거래와 동일한 수준인 현금 기준 105%(코스피200 주식의 경우 120%)로 조정한다. 주당 1만원인 A회사의 주식을 10주 빌리려면 주식 계좌에 12만원이 있어야 했지만 이젠 1만5000원 적은 10만5000원만 있어도 되는 것이다. 기존에는 기관 간 신용 차이를 이유로 담보 종류와 상관없이 개인에게 120%를 요구했다. 대차거래에선 현금 105%, 코스피200주식 135% 등 상이한 담보비율이 활용됐다.

◆3중 체계로 불법 막는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불법 공매도 적발을 계기로 공매도가 전면 금지됨에 따라 금융당국은 무차입 공매도 방지를 위해 전산시스템 구축을 추진해 왔다. 전산화의 핵심은 기관→증권사→한국거래소로 이어지는 3중 체계다.

우선, 기관은 금융감독원에서 공매도 등록번호(ID)를 발급받아야 한다. 공매도 잔고 기준 전체 주식 발행량의 0.01% 또는 10억원 이상의 기관은 잔고관리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구축해야 공매도가 가능하다. 이 시스템을 통해 종목별 실시간 잔고를 산출해야 하고 잔고 초과 주문은 실시간 차단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기관이 수기로 수정할 시 통제장치도 두도록 했다.

소규모 기관은 공매도 업무규칙이 필요하다. 주문 전엔 법률 준수 여부를 사전 검토한 후 사후 검증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고 주문할 땐 주문 정보를 기록하고 관리해야 한다. 주문 전후론 매도 가능 잔고를 산출하고 장외거래도 신속하게 반영해야 한다.

공매도 수탁 증권사의 경우 기관의 무차입 공매도 방지 조치를 연 1회 직접 점검할 의무를 갖게 됐다. 내부통제 기준 구비 여부, 업무 분장의 명확성, 기관 내 잔고관리시스템 요구 사항·운영 요건 등을 충족하는지 살핀다.

마지막으로, 한국거래소는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공매도 중앙점검시스템(Naked Short-Selling Detecting System·NSDS)으로 기관의 잔고관리시스템과 연동해 잔고·장외거래 정보 매매 내역을 대조한다. 실시간으로 매도 가능 잔고를 초과하는 주문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현재 모의 가동 중인 NSDS는 위반거래 적출 기능을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21개 기관이 시스템을 구축해 NSDS 테스트에 참여했고 62곳은 사전입고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떻게 99%까지 적발하나
이번 전산시스템을 두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불법 공매도를 99%까지 적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무차입 공매도가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보는 시각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거래 의사를 밝히지 않은 법인이 공매도 후 당일 상환하면 적발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관련해 금감원 측은 “NSDS는 단순히 주문 당일의 잔고 정보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거래 내역을 순차적으로 분석하여 각 매도 거래 별로 잔고 초과 여부를 탐지할 수 있다”며 “따라서 공매도 후 주식을 차입하는 경우에도 NSDS를 통해 적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소규모 기관이 NSDS 사각지대에 놓여있고 공매도 법인의 대차거래가 수기로 이뤄진다는 점이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소규모 법인을 포함한 모든 기관은 공매도 전 반드시 법규 준수 여부를 심사하고 매도 가능 잔고를 확인하며 잔고 초과 매도를 차단하는 절차를 마련하는 등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공매도 주문을 받는 증권사(수탁 증권사)도 내부통제가 제대로 갖추어졌는지 재차 확인하는 등 무차입 공매도에 대해 이중·삼중의 면밀한 감시가 이루어지게 된다”며 “잔고 조작 행위는 적발 가능하다. 공매도 법인의 잔고관리는 독립된 부서의 견제·감시를 통한 내부통제·NSDS의 거래 내역에 대한 증빙 자료 요구 등 이중의 감시를 받고 있다”고 했다.


김관주 기자 pu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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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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