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산불 하동 거쳐 지리산 코앞
인명피해 15명, 건물 152곳 불타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로 발생한 산불이 좀처럼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예측이 어려운 강풍에 극도로 건조한 날씨 등이 겹쳐 산불이 빠르게 번지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
![]() |
경북 의성군 산불 발생 나흘째인 25일 의성군 안계면 안정리 일대에서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인근 야산으로 번지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5일 오전 9시 기준 산불은 경남 산청ㆍ하동, 경북 의성, 울산 울주, 경남 김해 등 4곳에서 진행 중이다. 다행히 경남 김해 산불은 이날 오전 주불 진화를 마치고 잔불 정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평균 진화율은 85%이지만, 산불 피해가 가장 큰 의성의 경우 54%에 그쳤다.
지난 22일 의성군 안평면ㆍ안계리에서 발생한 산불은 강풍을 타고 날아간 불씨가 번지면서 20여㎞ 이상 떨어진 안동시 길안면ㆍ풍천면까지 확산됐다. 산불영향구역은 1만2699㏊, 전체 화선 길이만 220.8㎞에 이른다. 지금과 같은 바람 세기와 방향이 지속될 경우 이날 자정이나 26일 새벽에는 안동과 맞닿은 청송군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지난 21일 발생한 산청 산불도 이날까지 5일째 이어지며 인근 하동을 거쳐 지리산국립공원 약 500m 앞까지 번졌다. 이날 낮 12시 기준 진화율은 90%로, 산불영향구역은 1572㏊, 화선은 55㎞에 남은 불 길이는 5.5㎞다. 다만 서풍이 불어 하동 쪽으로 불길이 번지면서 지리산국립공원의 피해는 없을 전망이다.
울주군 온양읍 대운산 산불은 한때 진화율이 98%에 이르렀지만, 강한 바람에 진화가 더뎌지면서 이날 낮 12시 기준 진화율이 92%로 낮아졌다. 게다가 대운산에서 21㎞가량 떨어진 인근 언양읍 화장산에서도 이날 오전 산불이 발생해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충남 당진시 순성면 갈산리 일대에서도 이날 오후 산불이 발생해 대응 1단계가 발령됐다.
이날까지 인명 피해는 사망 4명에 중상 5명, 경상 6명 등 모두 15명이다. 숨진 사람들은 산청 산불 현장에 투입된 창녕군 소속 산불진화대원 3명과 공무원 1명이다. 주택과 창고, 사찰, 공장 등 건물 152곳도 산불 피해를 입었다.
산불을 피해 대피한 이재민은 모두 2506세대, 5489명이다. 의성에서만 1424세대, 3880명으로 전체 이재민의 절반을 넘었다.
게다가 산불이 장기화되면서 진화대원들의 피로감도 쌓이고 있다. 전날 오후에는 의성 산불 진화에 투입된 상주소방서 소속 소방관이 어지럼증과 구토 증세를 보여 인근 지역 병원으로 이송됐다.
고기동 중대본부장(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은 이날 회의에서 “현재까지 산불영향구역은 약 1만4694㏊로 피해면적이 커졌고, 15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며 “강풍과 건조한 날씨, 연무 등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아 진화작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산림청은 헬기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진화 작업을 펴고 있으며 민가 주변에는 지연제를 살포해 산불확산 방지에 집중하고 있다. 소방청도 전국의 소방자원을 총동원해 산불영향구역 인근 민가와 인명 보호를 최우선에 두고 진화에 대응 중이다.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도 추가 인명ㆍ재산 피해를 막기 위해 도로 차단, 사전 주민 대피 등 안전조치에 나섰다.
중대본에 따르면 전날 기준으로 올해 산불은 총 234건 발생했다. 대부분의 산불이 입산자의 실화나 영농부산물ㆍ쓰레기 소각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 본부장은 “강풍과 건조한 기상으로 인해 작은 불씨도 대형 산불로 커질 수 있어 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