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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이재현 기자]정부는 국민의 편의를 위해 세금을 들여 공공시설을 건설한다. 공공시설은 모든 국민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런 공공시설을 이용하는데 지불해야하는 요금은 국민의 부담을 최소화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공공시설은 국민 다수가 이용하기 때문에 너무 비싸면 비용부담이 커져서다.
정치권과 정부는 이런 특수한 성격에 공공요금 인상을 주저한다. 국민의 부담을 최소화해야만 정부는 박수를 받을 수 있고 정치권은 선거철에 표를 얻을 수 있다.
특히나 경기가 어렵고 물가가 오를 때 공공요금을 인상하면 가뜩이나 얇아진 서민의 주머니 사정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는 점도 부담이다.
이러한 탓에 2004년 개통해 교통 혁명을 불러온 KTX 요금은 제자리걸음이다. KTX 하루평균 이용객은 2004년 개통 당시 7만2000명에 불과했지만, 개통 20주년 만인 올해는 23만명에 육박한다.
그러나 KTX 요금은 요지부동이다. 2004년 첫 개통 당시 서울~부산 간 KTX 운임은 4만5000원이었으나, 2011년 5만9800원으로 33% 오른 후 14년째 동결이다.
KTX 요금이 요지부동인 사이 물가는 크게 올랐다. 2011년부터 2024년 말까지 13년간 27.1% 상승했다. KTX 운행에 필요한 전기요금 등이 오르며 결국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재무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용객은 빠르게 늘어났지만 지출은 늘어나고 있어 적자의 폭은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코레일의 누적부채는 21조원에 달한다. 우리나라 인구 1인당 약 41만원 가량이 빚을 지는 셈이다. 공공기관의 부채는 국민이 직접 부담해야 하는 부채가 아니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우리나라 인구 1인당 약 41만원 가량이 빛을 떠안는 것이다.
앞으로도 문제다. 2004년 개통 당시 코레일은 KTX-1 차량을 46대 도입했다. 이 차량의 내구연한 30년이다. 오는 2033년 수명이 다한다는 의미다.
코레일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 노후화된 KTX-1을 대신해 신규 차량을 도입하려 한다. 문제는 금액이다. 코레일 추산 5조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요금 인상 없이는 부채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자구노력 등이 더해지면 요금 인상률을 25%가 아닌 17%까지 낮출 수 있다”고 했다. 이 마저도 한번에 올리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한선을 정해 단계적으로 올릴 것이라고 한다.
KTX 요금 인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민의 부담은 더 커질 것이 자명하다. 우리는 전기요금 사태를 이미 겪어봤다. 민심을 잡겠다며 동결했던 전기요금은 한국전력의 부채 부담에 2022년부터 최근까지 7차례 인상되며 49.4% 올랐다. 이는 관리비 폭탄과 기업의 부담으로 돌아왔다.
KTX 요금도 마찬가지다. 결과론이겠지만 2012년부터 단 1%씩 KTX 요금을 올렸더라면 충격이 덜 했을 것이다.
최근 전세계 시장에서 K-철도의 위상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요금 인상 없이 코레일의 부채 부담이 커지고 신규 차량 도입이 늦어지면 다른 국가에 시장을 내줘야 할지도 모른다. 국민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KTX 요금 인상을 위해 정치권과 정부, 코레일이 머리를 맞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이재현 기자 l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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