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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경북 의성군 신평면 교안리 야산에 산불진화용 헬기가 추락해 당국이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 헬기 조종사는 사고 현장에서 사망 한 채 발견됐다. /사진: 연합 |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강풍과 건조한 날씨와 맞물려 ‘괴물’로 돌변했다. 진화율이 66%까지 떨어진 가운데 벌써 헬기 추락 조종사까지 포함해 사망자만 19명이 나왔고, 피해면적 기준 역대 두 번째인 2022년 울진ㆍ삼척 산불을 뛰어넘으며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현장에서 조심스럽게 나오는 상황이다.
경남 산청에서 발생한 산불이 엿새째 이어진 26일 불길이 바람을 타고 이날 오후 2시 30분 기준 지리산국립공원 경계까지 번지며 산림 당국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국립공원을 화마가 집어삼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안동ㆍ청송ㆍ영양ㆍ영덕 등 경북 북부와 동해안 쪽으로 산불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산림청은 이날 브리핑에서 “27일 약간의 비 소식이 있지만 큰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이지는 않아 건조한 날씨를 이겨내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강풍을 걱정했다. 오후부터 다시 바람 거세져 전국에 초속 20m 안팎 강풍이 불며 산림 당국은 진화 작업에 애를 먹고 있다. 산불 진화율도 전날 90% 수준까지 올라갔지만, 이날 오후 3시 기준 경북 의성 안평면과 안계면 일대 진화율은 66%까지 떨어졌다.
산림청은 “강풍에 헬기 진화 작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선의 화재 진압 작업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노력 중이지만 쉽지 않다”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이날 12시 51분경 경북 의성군 신평면 교안리에서 강풍에도 불구 산불진화에 나섰던 강원특별자치도 임차헬기(기종 S76, 중형)가 추락하며, 헬기에 탑승하고 있던 조종사 박 모씨(1952년생)가 사망했다.
산림청은 이에 오후 1시 30분 전국에 투입된 산불진화헬기에 대해서 안전을 위해 운항 중지를 명령했지만, 산불재난 국가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에 있고, 경북 의성ㆍ안동, 경남 산청ㆍ하동, 울산 울주 등 대형 산불을 진화 중인 상황을 감안해 오후 3시 30분 기준 헬기 투입을 재개했다.
산불 진화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며, 정부는 이번 산불이 역대 최대 피해 기록을 남길까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미 산불 피해면적은 1만7534㏊로 여의도 면적의 60배가 넘는다.
피해면적 기준 역대 두 번째인 2022년 울진 삼척 산불(1만 6302ha)을 훌쩍 뛰어넘었고, 이대로면 2020년 동해안 5개 지역 산불(피해면적 2만3794ha)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우려다.
희생자만 이날까지 헬기 조종사를 포함해 19명에 이른다. 경북 의성 안평면과 안계면 일대 진화율은 66%까지 떨어졌다. 사망자 기준으로 역대 네번째인 1996년 산불(18명 사망) 피해를 넘어섰다.
산림 당국은 “1990년 중반을 넘어서며 산불 피해 사망자가 10명 안팎으로 줄었고, 최근 20년 사이에는 5명을 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피해가 너무 크다”라며, “31년 만에 최악의 산불”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산불 피해 면적이 유독 커지는 이유에 대해 강풍과 건조한 날씨라는 자역적 요소 외에 국내 산지에 지나치게 ‘불쏘시개’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고기연 한국산불학회장은 “우리나라 산불 피해가 커지는 가장 큰 이유는 산에 ‘연료’가 너무 많은 탓”이라며,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산림의 평균 임목 축적량은 168.7㎥으로 10년 만에 30% 가 늘었다. 나무가 너무 빽빽하면 산불이 대형화하기 때문에 적절한 시점에 벌채해 산업용으로 활용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진화를 위해 정부의 모든 가용 자원을 활용하겠다며, 특히 산불의 원인이 되는 불법 소각은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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