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보다 신체ㆍ인지능력 중심으로
운전면허 취득ㆍ갱신체계 개선해야
택시ㆍ버스 종사자 자격유지검사 강화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지난해 14명의 사상자를 낸 시청역 역주행 사고 등 운전자 과실에 따른 교통사고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정부가 운전면허 관리 강화에 나섰다.
운전자의 나이보다는 신체ㆍ정신적 건강 상태가 사고 원인에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나이와는 무관하게 신체ㆍ인지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운전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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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유철환)는 운전 미숙이나 오조작에 의한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운전면허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해 보건복지부와 국토교통부, 경찰청에 권고했다고 27일 밝혔다.
앞서 지난해 7월 시청역 인근에서는 60대 운전자가 일방통행 도로를 200여m 역주행하다 인도로 돌진해 9명을 숨지게 하고 5명을 다치게 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사고 이후 운전자가 68세의 고령이라는 사실이 부각되면서 ‘60대부터는 운전면허유지 조건을 강화하고 충족되는 사람만 운전면허를 갱신해야 한다’는 민원이 폭주하는 등 세대 간 갈등으로 번지기도 했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실제로 전체 교통사고에서 65세 이상 고령운전자에 의한 사고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9년 14.5%에서 2020년 14.8%, 2021년 15.7%, 2022년 17.6%, 2023년 19.6%로 해마다 늘고 있다. 사고 가해자 연령대별로 1만명당 교통사고 건수는 20세 이하가 가장 많지만, 1만명당 사망자 수는 65세 이상이 가장 많다는 통계도 있다.
하지만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개인별 운전능력을 판단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실제 운전능력은 신체ㆍ정신적 건강 상태에 달려있는 만큼 나이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현행 운전면허 취득ㆍ갱신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게 권익위의 판단이다.
현행 제도는 운전면허를 유지하거나 취소ㆍ반납하는 ‘양자택일’ 방식이라 운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측면이 있는 만큼 운전면허에 일정한 조건을 부여하고, 이 조건을 충족할 때만 운전이 가능하도록 선택지를 추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권익위는 고속도로 주행이나 야간 운전을 제한하는 등 실제 운전능력에 따라 운전범위를 제한하는 ‘조건부 운전면허제’ 도입을 확대하는 내용 등을 담은 제도개선안을 내놨다.
현행 도로교통법에도 제한적으로 운전 조건을 부과할 수 있는 규정이 있지만, 자동변속기나 장애에 따른 보조수단 사용, 청각장애인 표지 부착 등 대부분 신체 장애에 따른 운전 조건만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선안에는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도입을 위해 안전기준 등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운전 미숙이나 오조작에 의한 사고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한 조치다.
또한 지방자치단체별로 시행 중인 운전면허 자진 반납 지원 사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국고보조금 규모를 늘리고, 실운전자 등의 면허 반납에 가중치를 두는 차등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개선안에 담겼다.
이와 함께 개선안에는 현재 합격률이 98%에 이르는 택시ㆍ버스ㆍ화물차 등 운수종사자 자격유지검사 난이도를 개선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실차 운전 평가와 VR 기반 평가시스템을 도입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아울러 현행 수시 적성검사 진행 과정상 불필요한 절차ㆍ방식을 개선해 검사 기간을 단축하고, 대상자 누락을 방지하기 위한 전산 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내용도 개선안에 담겼다.
운전이 어려운 신체장애나 정신질환이 생겼을 때 본인 스스로 신고하거나 정부ㆍ공공기관 등에서 수시 적성검사 대상자로 통보할 수 있는데, 지금은 대상자 편입부터 검사까지 기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면허취소 결정이 나오려면 길게는 13개월까지 걸리다 보니 치매환자나 마약범죄자 등 고위험 의심 운전자가 사고를 내는 경우도 많다.
앞서 권익위는 시청역 역주행 사고 직후 서울시와 함께 교통분야 학계ㆍ전문가와 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교통사고 예방 제도개선 공개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의견을 모았다.
유 위원장은 “최근 운전자의 과실로 추정되는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제도개선을 통해 사고 예방을 위한 다양한 안전장치가 마련돼 국민들이 안전한 일상을 누리기를 기대한다”라며 “개선안이 조속히 이행될 수 있도록 관계 부처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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