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3월 금융안정 상황 설명회
지방고위험 가구가 수도권보다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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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김봉정ㆍ김현희 기자] 국내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지방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하락하면서 가계의 채무상환능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가계 자산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가격이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하락해 가계의 상환부담을 키우는 모습이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위험가구의 중위값 기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75.0%, 자산대비부채비율(DTA)은 150.2%로 집계됐다. 이는 상당수 가계가 소득 및 자산 측면에서 채무상환 여력이 크게 저하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방 고위험가구의 중위값 기준 DSR 및 DTA는 각각 70.9%, 149.7%로 수도권(78.3%·151.8%)과 큰 차이는 없지만 지방의 고위험가구는 60세 이상 고령층 비중(18.5%)이 수도권(5.1%) 보다 높아 소득기반이 더욱 취약한 것으로 판단됐다.
고위험가구는 소득의 40%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쓰면서 자산 대비 부채비율이 100%를 초과하는 가구를 뜻한다.
게다가 수도권에 비해 지방 소재 기관들의 자산건전성도 상대적으로 더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방 부동산시장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관련 대출의 부실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작년 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수도권에서는 2.6%p 상승한 데 비해 지방에서는 4.7%p 높아졌다.
상호금융조합도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수도권에서 1.5%p 오른 데 비해 지방에서는 1.9%p 상승했다.
이에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6일 ‘통계청-한은 공동 포럼’에 참석해 “초저출산과 가계부채 등 구조적 문제의 근본 원인은 우리나라의 지역간 불균형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총재는 “2~6개 정도 소수 거점도시에 핵심 인프라와 자원을 집중 투자해야 한다”며 “일자리와 교육·문화 서비스 질을 높이고, 수도권에 버금가는 정주 여건을 조성해 지역간 불균형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은은 지방 부동산 부진이 지속될 경우 관련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이나 건설사, 고위험 가구 등의 부실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리스크 요인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과 취약 부분의 건전성 강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헀했다.
장정수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서울도 지방도 부동산에 대한 익스포저가 큰 상황에서 지방의 부진으로 부실 리스크가 증대되고 있다”며 “지방은 특히 고령층에 대한 익스포저가 큰 만큼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충격이 크기에 금융기관의 건전성 관리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고위험 가구 증가 우려…추가 규제 완화
필수 지방 부동산 침체가 가속화되면 채무능력이 낮은 고위험 가구 비중이 더 늘어날 것으로 나타나면서 지방 집값 하락을 막기 위한 규제 완화 조치가 추가로 나올 전망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넘는 수도권 가구들보다 DSR 40% 이하인 지방 가구들이 고위험 가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더 높은 만큼 미분양 방지책 이어 스트레스DSR 3단계 면제 조치 가능성도 제기되는 것이다.
한은은 국내 금융부채 고위험 가구가 지난해 3월 기준 38만6000가구로 전체 금융부채 보유가구의 3.2%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고위험 가구의 금융부채는 전체 72조3000억원으로 전체 금융부채의 4.9% 수준이었다. 고위험 가구는 금융부채 보유가구 중 DSR 40% 이상인데다 자산대비부채비율(DTA)도 100% 이상인 가구를 말한다. 소득과 자산 수준이 낮아 부채 상환 능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이같은 고위험 가구는 지방 지역의 주택가격 하락세가 계속되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은은 금리와 주택가격 변동분, 주택가격 전망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연말 지방과 수도권의 고위험 가구 비중은 각각 5.4%, 4.3% 정도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수도권의 고위험 가구가 0.3%p 줄어든 4%, 오히려 지방 고위험 가구가 0.2%p 늘어난 5.6%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 수도권과 지방 격차가 1.6%p나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은은 "지방 미분양이 늘어나고 건설 경기가 부진하면 고위험 가구가 늘어날 우려가 있어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방 부동산 침체에 대한 우려는 한은 뿐만 아니라 정부와 국회에서도 상당하다. 수도권 부동산에 대한 쏠림현상을 분산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는 대출 규제 완화는 물론 세제 혜택까지 부여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4일부터 지방에 한해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구입하면 디딤돌대출 금리를 0.2%p 인하하는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생애최초 구입 등 우대금리를 모두 합치면 최저 1%대의 대출금리를 받을 수 있다. 오는 7월 시행 예정인 스트레스DSR 3단계 적용 범위에서 지방 지역의 미분양 단지를 제외하는 방안도 여러 옵션 중 하나로 검토되고 있다.
건설업계는 스트레스DSR 3단계에 대해 지방 전체를 면제해주거나 유예하는 방안을 건의한 상태다. 금융당국은 형평성 문제로 선을 그은 상태지만, 이번 산불 사태 등으로 지방 지역 경제가 악화되면 이같은 완화 방안을 수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은도 "산불 사태에 대해 피해 지역이나 기업 등에 금융지원이 필요한지 점검 중"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주택 매매시 주택금융공사가 함께 주택의 지분을 매매해주는 지분형모기지 상품을 검토 중이다. 양도소득세와 보유세 공제 한도 확대 등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만큼 지방 지역의 저가 아파트의 매매 수요가 상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치권은 다주택자에게 적용되는 부동산 세금 중과분을 지방 주택 매입시에 적용하지 않도록 법안 개정에 나섰다. 세제혜택은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취득세 등이 대상이다.
김봉정ㆍ김현희 기자 space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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