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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에 내몰린 환갑 대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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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3-27 15:36:56   폰트크기 변경      
“전문 진화대ㆍ대응체계 등 구조적 변화 절실”

평균연령 60세 이상…90세 투입도

산불은 소방청 아닌 산림청 관할…최저임금에 계약직

산림청 보유 헬기 65% 20년 이상


경남 산청·하동 산불 엿새째인 26일 산청군 시천면 동당리 일대에서 산청군 산불진화대원들이 방어선 구축 작업 중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사진 : 산청군 제공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경상북도에서 발생한 대형산불이 엿새째 잡히지 않으면서 전문화된 인력과 장비를 상시 확보하는 등 365일 화재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7일 산림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시작된 전국 산불로 인한 사망자가 27명으로 늘어났다. 특히 경남 산청에서는 불을 끄기 위해 투입된 산불재난 특수진화대원들도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였던 산불 진화대원 사망자 대부분이 60대 고령자인 것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산불 진화대원은 대부분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공근로자 형식으로 6개월∼1년 단위의 계약직 직원이다.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에 초과수당도 받지 못한다. 열악한 처우와 지역적 상황 때문에 지방에서는 청년을 고용하기 쉽지 않다.

현재 전국 산불 진화대원 1만1000여명 중 대다수가 지자체의 재정 일자리 사업에 고용된 사람들이다. 강원지역 대원들의 평균 연령은 62세를 훌쩍 넘는다. 황정석 산불정책기술연구소장은 “심지어 90세에 가까운 어르신도 산불진화에 투입되는 상황이 연출된다”고 전했다.

소방용 안전모도 아닌 건설용 안전모, 금방 녹아내릴 것 같은 장비들, 방염복도 지급되지도 않는 상황에서 산불 진화에 투입된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산불 진화대원들을 잔불도 아닌 주불을 끄는 작업에 무작정 투입하는 것은 이들을 사지로 모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산불 대응 장비와 관련 예산 확충과 함께 조직화되고 특수화된 산불 진화 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채 교수는 “산불은 산림청 소속이다 보니 소방청에는 관련 예산이 0원”이라며 “소방청에 산불 관련 권한을 넘기고, 소방청이 소방 인력과 장비를 상시로 배치하고 있듯이 지자체마다 진화 인력과 장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지난 22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사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친 진화대원들이 24일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 : 경북도소방본부 제공.


산불을 진화할 헬기도 문제다. 현재 산림청에서 보유하고 있는 헬기는 모두 50대인데, 이 중 32대는 담수 용량 1000∼5000ℓ 미만의 중형이고 11대는 1000ℓ 미만 소형이다. 대형 헬기는 7대에 불과했다. 특히 20년을 초과한 노후 헬기는 약 65%(33대), 이 중 30년 이상 된 헬기도 12대나 된다. 2021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는 이들 헬기에서 82건의 고장이 발생하기도 했다.


산불 진화 헬기 문제는 국회에서도 윤석열 정부 초기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산림청과 정부는 지난해부터 해외에서 대형 산불 헬기를 임차하는 방식으로 대처해왔다. 하지만 이마저도 올해 3월부터 미국에서 임차할 계획이던 대형 헬기가 LA산불로 미국 정부가 반출 금지령을 발동하면서 무산됐다.


전문가들은 헬기 부품 등 수급 부족 문제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한편, 드론이나 AI 등 첨단 장비도 현장에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고기연 한국산불학회 회장은 “하루에만 29건의 산불이 발생했다는 점은 현행 예방 체계에 커다란 허점이 있는 것”이라며 “무인 기술을 활용해 산불 감시 체제의 한계점을 보완하고, 대응 체계도 연중 상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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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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