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 “공사비 지급 보증은 업계 관행”… 상고 방침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이른바 ‘벌떼 입찰’을 통해 아파트를 건설할 수 있는 공공택지를 다수 확보한 뒤 총수 아들의 회사에 소유권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 내부거래를 한 호반건설에 부과된 과징금 608억원 중 약 60%인 364억여원을 취소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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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사진: 대한경제 DB |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 부장판사)는 27일 호반건설과 8개 계열사가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을 취소해 달라”며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현행법상 공정위 처분에 불복하는 소송은 일반적인 3심제와 달리 ‘서울고법-대법원’의 2심제로 이뤄진다. 공정위 심결 자체가 사실상 1심으로 인정되는 구조다.
앞서 공정위는 2023년 6월 호반건설이 동일인(총수) 2세 등 특수관계인 소유의 호반건설주택, 호반산업 등을 부당하게 지원하고 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등 부당 내부거래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608억원을 부과했다.
재판부는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가운데 △공공택지 전매 행위와 △입찰신청금 무상대여 행위 등 2건에 대한 과징금 364억6100만원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40여개 공공택지 사업에 대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2조6393억원 무상지급 보증 행위와 △936억원 규모의 건설공사 이관 등 나머지 사안에 대해선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결정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고 봤다.
공정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지난 2013년 말부터 2015년까지 복수의 회사를 공공택지 추첨 입찰에 참여시켜 낙찰받을 확률을 높이는 벌떼 입찰로 다수의 공공택지를 확보했다. 이후 화성 동탄과 김포 한강, 의정부 민락 등 수익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수도권 택지를 포함해 총 23개 공공택지를 호반건설주택과 호반산업 등 9개사에 공급가격에 양도했다.
호반건설주택은 호반건설 총수인 김상열 호반장학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김대헌 호반그룹 기획총괄 사장이 소유한 회사이고, 호반산업은 김 이사장의 차남인 김민성 호반그룹 전무가 소유한 회사다. 이들 23개 공공택지에서는 5조8575억원의 분양매출과 1조3587억원의 분양이익이 발생했는데, 경제적 이익은 김 이사장 아들의 회사 몫이 됐다.
특히 호반건설은 벌떼 입찰에 동원한 19개사의 입찰신청금까지 대신 내 주면서 아무런 이자도 받지 않았다. 공공택지 입찰에 참여하는 회사는 택지 공급가격의 5% 수준에서 책정되는 입찰신청금을 내야 하며, 당첨되지 않으면 되돌려 받는다. 호반건설이 무상으로 대여해 준 입찰신청금은 1조5753억원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호반건설은 공공택지를 넘겨받은 총수 2세 회사 등이 진행한 40건 사업의 시공에 일부 참여하면서, PF 대출 2조6393억원에 대한 지급보증도 무상으로 제공했다. 호반건설이 총수 2세 회사에 공공택지는 물론 사업자금까지 조달할 수 있게 지원한 셈이다.
호반건설의 이 같은 부당 내부거래는 경영권 승계의 밑거름이 됐다.
2014년 1559억원이던 호반건설주택의 분양매출(연결기준)은 2017년에는 2조57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호반산업도 같은 기간 분양매출이 7578억원에서 1조154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호반건설주택은 지원 기간에 호반건설 규모를 넘어서게 됐고, 2018년 1대 5.89의 비율로 호반건설에 합병됐다. 이 과정에서 장남인 김 사장이 호반건설 지분 54.73%를 확보하면서 경영권 승계가 사실상 완료됐다.
호반건설은 일부 승소 판결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에 상고한다는 입장이다.
호반건설은 판결 직후 입장문을 통해 “시행사가 시공사의 공사비 지급 보증을 해주는 것은 업계 관행으로, 이를 인정해주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건설공사 이관과 관련해서도 이들은 “특수관계인에게 실질적으로 귀속되는 유무형의 이익이 없는데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 역시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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