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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야쿠르트 아줌마'는 언제 어디에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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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3-31 05:40:21   폰트크기 변경      
성경숙 hy 서울 양재점 매니저

FM 활동으로 암 우울증 극복

평균 고정 고객 227가구 달해

"명예의전당 특별상 새 목표"


hy 프레시 매니저가 음료를 건네고 있다./사진=hy

[대한경제=오진주 기자] 가만히 떠올려 보면 '야쿠르트 아줌마'는 늘 우리 곁에 있었다. 어린 시절에는 엄마를 따라 간 목욕탕에서, 성인이 되고 나서는 회사 앞에서, 야쿠르트 아줌마는 항상 웃는 얼굴로 야쿠르트를 건넸다.

지금은 프레시 매니저(FM)라고 불리는 이들과 함께 한 역사는 50년이 넘는다. 1971년 41명으로 시작한 hy(옛 한국 야쿠르트)의 야쿠르트 아줌마는 현재 1만1000여명의 매니저로 늘었다.

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hy만의 독특한 판매망인 FM은 판매원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고객과 대면하며 관계를 형성하고, 이는 hy 브랜드 충성과 신뢰로 이어진다.

hy에게 매니저들은 움직이는 사회공헌 프로젝트기도 하다. hy는 1994년부터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홀몸노인 돌봄활동을 펼쳤다. 매니저들이 음료를 전달하면서 노인들의 안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실제 홀몸노인들에게 전달한 음료가 방치되는 걸 보고 매니저들이 고독사를 발견하기도 한다. 홀몸노인 외에 탈북민과 학대 의심 아동의 안부도 살핀다.

지난 13~25일에는 전국에서 10곳에서 지역별로 hy대회가 열렸다. hy대회는 1년 동안 전국 각지에서 수고한 매니저들을 위한 행사다. 올해 54회째를 맞았다.

hy대회에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에서 각각 최고의 매출을 올린 매니저들에게 '명예의 전당'을 시상한다. 수상자에게는 중대형 승용차를 선물하고, 선정된 매니저들을 데리고 해외여행을 가기도 한다. 작년에는 전세기도 빌렸다.



올해 명예의 전당을 수상한 성경숙 서울 강남지점 양재점 매니저(사진) 지난해 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활동한 지 13년이 된 성 매니저의 1년 평균 고정 고객은 227가구에 달한다.

그에게 FM 활동은 다시 사회로 나가게 해 준 '삶의 전환점'이다. 40대에 유방암 3기를 앓은 성 매니저는 항암 치료를 하면서 우울증이 심해졌다. 우울한 마음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FM 활동이 건강을 되찾아줬다. 성 매니저는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과거 나드리 화장품 방문 판매 영업을 재밌게 했던 기억이 나 hy에 지원했다"며 "계속 몸을 쓰고, 사람들과 대화하다 보니 마음의 병도 치유됐다"고 말했다.

성 매니저에게는 '양재동 새벽 보안관'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양재 가구단지와 양재 꽃시장 비포장 도로를 누비며 배달 승용차를 5번이나 바꿨다. 그는 "고객들에게 경찰관 순찰하는 것만큼 자주 오기 때문에 범죄 걱정하지 말고 주무시라고 한다"며 "고객과 오래 지내다 보니 고객들의 속 사정을 다 안다. 하지만 과하게 관여하지 않고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며 부담스럽지 않게 그들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고 고객 관리 비법을 공개했다.

성 매니저는 새내기 때를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는다. 그는 "양재 꽃시장에서 꽃 향기를 맡으며 야쿠르트를 팔았던 것도, 청계산에서 등산객들과 대화한 것도 다 기억에 남는다"며 "처음 눈이 올 때 아들이 눈길에서 리어카를 미는 걸 도와줬을 때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남았다"고 떠올렸다.

성 매니저는 '명예의 전당' 그 이상을 향해 달릴 계획이다. 그는 "FM은 내 인생을 구원해 준 직업"이라며 "지금이 전성기라고 생각하지 않고 명예의 전당 '특별상'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열정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진주 기자 ohpea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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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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