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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산불진화 임도' 4.3만km 필요한데…5년간 고작 1.9%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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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3-31 06:00:35   폰트크기 변경      
‘가덕도 신공항’ 건설비용이면 국내 임도 완비

지난 2020년 동해안 산불 이후 추진
총 4.3만km 필요한데 865km에 그쳐
예산 부족ㆍ국비 명목 부재로 부진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산불 진화의 핵심 인프라인 임도(林道)가 국내 필요분의 2%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풍으로 헬기가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사이, 산불 진화 차량이 임도가 없어 화재 진원지에 접근조차 하지 못하며 ‘경북 산불’의 피해를 한층 키웠다는 지적이다.

〈대한경제〉가 2020년부터 시작한 정부의 산불 진화용 임도 건설사업 추진현황을 살펴본 결과, 현재까지 건설된 임도는 총 856㎞, 국내 필요분 약 4만3000㎞의 1.9%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산불 진화용 임도 건설사업은 이번 ‘경북 산불’ 이전까지 역대 최악의 산불로 꼽혔던 2020년 동해안 5개 지역 산불 사건을 기점으로 추진됐다.

임도는 산불 진화를 위한 지상 인력 외 고성능 진화 차량이 진입하기 위한 필수 인프라다. 특히 임도로 인해 나무 간 간격이 확보돼 자체 방화선 역할을 하고, 헬기가 뜨지 못하는 야간에도 지상 진화 작업을 가능하게 해 산불 확산 저지에 가장 큰 효과를 보이는 인프라로 꼽힌다.

하지만 2020년 65㎞ 건설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준공된 임도는 856㎞. 시작은 5년 전부터 했지만 예산 부족과 국비 지원 방법 부재로 2022년부터야 건설사업이 기지개를 켠 결과다. 올해 산림청이 임도 건설 500㎞를 목표로 예산 157억원을 확보한 것이 최대 성과로 꼽힐 정도다.

임도 1㎞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은 약 3억3400만원으로 추산된다. 국내 필요분을 모두 건설하려면 약 13조90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 비용(14조2637억원)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2022년 동해안 산불 사태 이후 임도가 산불 진화에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이 입증되며 정부 핵심재정사업으로 선정됐고 이후에야 예산이 조금씩 확보되기 시작했다”며 “임도는 산불 진화를 조기에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핵심 인프라인 동시에 유일한 방화선이다. 특히 산불 진화를 위해 하루 20시간씩 등산을 해야 하는 소방대원들의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산악·강풍, 진화장비·인력 투입 한계…林道가 확산방지 '소방수'


30일 주불 진화가 완료된 경북 안동시 남후면의 산들이 까맣게 타 있다. / 사진: 연합

합천은 강풍에도 하루 만에 진화
임도 통해 장비·인력 투입 결정적
2022년 울진, 임도건설 직후 산불
금강송 8.5만 그루 수호 일등공신


"진화 인프라 부족·임목 비축 과다
 적절한 솎아내기, 자원활용 필요"


2023년 3월 경남 하동군 화개면 지리산 국립공원 자락에서 시작된 화재는 오후가 지나며 기세가 커졌지만, 야간에 결국 헬기가 철수해야 했다. 그 사이 경남 진주시청 소속 A씨(64)가 가파른 산 중턱 부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산불진화 임도(林道)가 없어 차량이 접근을 못하니, 공무원과 진화 대원들이 직접 산을 뛰어다니며 불을 끄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반면, 비슷한 시점 경남 합천에서 발생한 산불은 하루 만에 조기 진화가 됐다. 진화 작업 초기 강한 바람이 불어 급속히 확산했으나 야간에 임도를 통해 장비와 인력이 투입돼 밤샘 진화작업을 벌이며 일몰 시 10%에 불과했던 진화율이 다음날 오전 5시경 92%까지 올라갔던 결과다.

전문가들은 산불 발생 때 임도의 역할은 진화 및 확산 방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2022년 3월과 5월 경북 울진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확산을 막는 데도 임도는 큰 역할을 했다.

예를 들어, 임도가 조성됐던 울진군 소광리는 임도가 거의 없었던 강원 삼척시 응봉산 지역에 비해 산불 피해가 3분의 1 정도에 불과했을 정도다.

산림청 관계자는 “울진은 2020년 임도 건설사업 추진 당시 1호 사업지로 꼽혔는데, 건설 1년 만에 산불이 났을 때 임도 덕분에 200∼500년 된 금강소나무 8만5000그루를 지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22일 성묘객의 실화에서 시작돼 경북 동북부 5개 시ㆍ군을 초토화시킨 ‘경북 산불’이 축구장 6만3245개, 여의도 156개 면적을 잿더미로 만든 뒤 149시간 만에 꺼졌다.

피해면적은 현재 약 4만8000㏊로 추정된다.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된 2020년 동해안 5개 지역 산불(피해면적 2만3794㏊)의 2배를 넘어서는 수치로 민간인 인명피해만 30명에 달한다.

특히 이번 산불에서는 현장에 투입된 대원ㆍ공무원 4명과 헬기 조종사 1명이 현장에서 사망했다.

앞서 지난 22일 창녕군 소속 산불진화대원 3명과 인솔 공무원 1명 등 4명은 임도가 없어 직접 장비를 끌고 화재 진원지로 접근하다가 역풍이 불며 산불에 고립돼 사망했다.

또, 26일 경북 의성에서는 강풍에도 임도가 없어 무리하게 헬기를 띄우다가 바람에 휩쓸리며 헬기 추락으로 기장이 현장에서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2022년 동해안 대형 산불이 발생한 지 3년 만에 초대형으로 몸집을 키운 재난이 재발한 것을 기점으로 이제는 진화 시스템을 대수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비가 내리는 것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임도 등 산불 진화용 인프라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산림산업 제고에 나설 시점이라는 것이다.

고기연 한국산불학회 회장(전 산림청 산림항공본부장)은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산림의 평균 임목 축적량은 1㏊당 168.7㎥로 10년 사이 30% 증가했다. 하지만 2억3000만㎥ 목재가 숲 속에 추가로 비축됐는데도 국내 수확 목재량은 답습하고 있다”며, “산림 녹화사업이 지나치게 성공해 산에 나무가 빽빽하니 조그만 불씨에도 산불이 대형화된다. 이제는 적절히 솎아내서 국내 목재자원으로 활용하도록 임도를 충분히 건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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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산업부
최지희 기자
jh606@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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