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사진: 고려아연 제공 |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MBK파트너스ㆍ영풍 연합과 경영권 분쟁 중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28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수성에 성공했다. 영풍의 의결권 제한과 이사 수 상한 설정이라는 두 가지 성과를 거두면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총에서 최대 쟁점은 영풍의 의결권 제한 여부였다. 고려아연은 이달 초 호주 자회사 썬메탈코퍼레이션(SMC)이 보유하던 영풍 지분 10.3%를 썬메탈홀딩스(SMH)에 현물배당하고, ‘고려아연→SMH→영풍→고려아연’이라는 상호주 관계가 형성됐다고 주장했다.
상호주 제한 법리에 따르면 두 기업이 서로 지분을 10% 초과해 보유할 경우, 각 기업은 상대방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고려아연 측이 주총 전날(27일) 영풍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법원 결정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영풍은 즉시 주식 배당을 통해 SMH의 영풍 지분율을 10% 아래로 떨어뜨려 상호주 관계를 끊으며 반격했다. 그러나 고려아연 측은 주총 당일 오전 장외매수를 통해 최 회장 측이 케이젯정밀(옛 영풍정밀)을 통해 보유한 영풍 주식을 사들여 SMH의 영풍 지분율을 10.03%로 높이는 재반격으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MBKㆍ영풍 연합의 고려아연 지분은 40.97%에서 15.55%로 축소됐고, 최 회장 측은 우호 지분을 합해 34.35%를 유지하며 유리한 구도에서 표 대결을 진행할 수 있었다.
주총에서는 이사 수 상한을 19인으로 설정하는 정관 변경안이 출석 의결권의 71.11% 찬성으로 가결됐다. 고려아연은 “이사회 운영 안정성이 향상되고 경영활동의 비효율을 방지하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이는 MBKㆍ영풍 측이 17명의 신규 이사를 이사회에 진입시켜 이사회를 단번에 장악하려는 시도를 차단하기 위한 최 회장 측의 전략이기도 했다.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도록 하는 안건과 분기배당 도입, 배당기준일 변경 안건도 통과됐다.
이어 집중투표제로 진행된 이사 선임 표 대결에서는 최 회장 측 추천 후보 5명과 MBKㆍ영풍 측 추천 후보 3명 등 총 8명이 이사로 선임됐다. 최 회장 측 후보로는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 권순범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 김보영 한양대 교수 등 3명이 재선임됐다. 제임스 앤드루 머피 올리버 와이먼 선임고문, 정다미 명지대 경영대학장 등 2명이 신규 선임됐다.
MBKㆍ영풍 측 이사 후보로는 강성두 영풍 사장, 김광일 MBK 부회장, 권광석 우리금융캐피탈 고문 등 3명이 신규 선임됐다. 이에 따라 현재 이사회 멤버인 장형진 영풍 고문과 함께 총 4명의 MBKㆍ영풍 측 이사가 이사회에서 활동하게 됐다. 감사위원까지 포함하면 현재 이사회는 최 회장 측 11명, MBKㆍ영풍 측 4명으로 구성된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법원의 결정을 환영하며 적대적 M&A 시도로부터 고려아연의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지키고, 모든 임직원이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며 “안티모니와 인듐 등 전략광물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며 대한민국을 넘어 자유민주 국가들의 전략광물 공급망 안정화에 일익을 담당해 왔다”고 강조했다.
반면 영풍ㆍMBK 측은 주총 직후 입장문을 통해 “최윤범 회장의 불법, 탈법행위로 주주의 기본권마저 박탈돼버린 고려아연 주주총회는 K-자본시장의 수치이자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영풍의 의결권 제한으로 왜곡된 정기주총 결과에 대해 즉시항고와 효력정지 등 가능한 법적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최윤범 회장 측의 반복되는 불법과 탈법행위에 맞서 고려아연의 기업지배구조가 바로 서는 그날까지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주총으로 최 회장은 경영권 방어의 중요한 고비를 넘겼으나, 분쟁의 불씨는 남았다. MBKㆍ영풍 측이 순환출자를 활용한 고려아연 측의 공세를 예방하기 위해 지난 8일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 526만2450주(지분 25.4%)를 신규 유한회사인 와이피씨에 현물 출자했기 때문이다. 향후 MBKㆍ영풍 연합의 요구로 임시 주총이 열리게 된다면, 와이피씨가 보유한 지분의 의결권 행사는 가능할 수 있다.
다만 이날 이사 수 상한이 19명으로 설정되고, 이사 선출 시에는 집중투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MBKㆍ영풍의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홈플러스 사태’로 MBK의 경영 능력에 대한 신뢰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어 고려아연 분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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