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정석한 기자] 행안부가 이날 내놓은 개선안은 지자체 발주공사의 참여비중이 높은 지역 건설업체들의 숙원 과제들이 대거 담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실제로 지역업체들은 공사비 부족 문제를 정부부처와 발주기관에 호소해 왔지만, 지방계약제도의 전면적인 대수술 없이는 어려운 게 현실이었다.
하지만 침체에 빠진 지방 건설경기를 살리지 않고서는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한 지방경제 활력도 기대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라 행안부는 ‘개혁’에 가까운 지방계약제도의 개선을 단행했다. 여기에다 대형공사 유찰을 막기 위한 방안도 포함시켜 대형 SOC(사회기반시설) 건설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돕고, 더 이상의 불필요한 사회ㆍ경제적 비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적격심사 낙찰하한율 25년만에 인상
이번 개선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지역업체가 주로 참여하는 적격심사낙찰제 대상공사(추정가격 300억원 미만)의 낙찰하한율을 2%p 상향조정하는 것이다. 현재 300억원 미만의 적격심사 낙찰하한율은 금액대별로 80∼87.7% 수준이다. 입찰 참여업체들은 낙찰을 위해 실공사비를 고려하지 않고, 낙찰하한율을 기준으로 투찰하면서 통상 낙찰하한율 직상금액 수준에서 계약금액이 결정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적격심사 낙찰하한율은 2000년 후 25년간 고정돼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컸다. 300억원 이상 종합평가낙찰제 대상공사의 경우 공사비 상승의 여파로 평균 낙찰률이 90%를 상회하고 있는 점과 비교하면, 적격심사 낙찰하한율 상향조정은 필수불가결한 과제 중의 하나였다.
적격심사 낙찰하한율 문제는 부실시공, 안전사고, 저가 하도급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건설업계는 개선을 강력하게 요청해 왔으며, 결국 행안부도 이를 받아들였다. 기재부가 국가계약제도 개선안을 발표하면서 해당 부분은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눈에 띄는 행보다.
공사비 부족 문제를 야기시켜온 100억∼300억원 미만의 공사에서 표준시장단가 낙찰률 이중적용 문제도 수술을 감행했다. 표준시장단가의 경우 시공결과물의 계약단가, 입찰단가, 시공단가 등을 조사해서 산출하기 때문에 과거 낙찰률이 반영되는 구조다.
이러한 이유로 표준시장단가가 적용되는 100억원 이상 공사 중 종심ㆍ종평제 대상공사의 경우 표준시장단가 적용공종에 대해서는 낙찰률 적용을 배제해 왔다. 그러나 100~300억원 적격심사공사의 경우 여전히 평균 낙찰률 82%를 추가로 적용받다 보니, 최종 낙찰금액은 턱없이 적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번 개선안에서 가격평가 시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한 공종은 제외하기로 함으로써 공사비 부족 문제가 해결될 발판을 마련했다.
/수의계약 시 물가변동분, 입찰시점으로 반영
심화되고 있는 대형공사 유찰의 개선안도 포함됐다. 최근 3년간 지방계약법 적용한 기술형 입찰 물량의 유찰률은 건수 기준 67.4%(46건 중 31건), 금액 기준 75.9%(10조4000억원 중 7조9000억원)에 달한다. 자재가격 상승 등 영향으로 건설공사비지수는 2020년 대비 30% 상승한 데 반해, 발주금액은 적어 대형공사를 중심으로 참여 기피현상이 심해진 탓이다.
이에 행안부는 유찰에 따른 수의계약 시 최초 입찰일(PQ단계에서 유찰된 경우 공고상의 입찰서 제출 마감일) 후의 물가변동분을 반영하는 개선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는 수의계약 체결일 후부터만 물가변동 분을 반영할 수 있어 입찰시점부터 수의계약 체결시점까지 장기간의 공사비 상승분을 보장받지 못 하는 구조다.
기술제안입찰 설계보상비도 현실화(1∼1.5%→1.5∼2%)해 비용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이런 개선안들이 제도화되면 건설사들의 비용부담이 줄고, 진입장벽은 낮아지며, 유찰에 따른 지연사태를 면하지 못 했던 대형 국책사업 추진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일반관리비 및 간접노무비도 현실화된다. 일반관리비는 기업유지에 필수적으로 발생하는 제비용(본사 급료, 임차료 등 제반 유지관리비)으로 순공사비(재료비+노무비+경비)의 5∼6% 수준에서 36년 간 동일하게 유지됐다. 이를 50억원 미만은 6%에서 8%로, 50억∼300억 미만은 5.5%에서 6.5%로 상향조정해 안전규제, 고금리 등 변화된 사회여건을 반영하겠다는 의미다.
간접노무비는 관리‧감독‧보조작업에 종사하는 현장소장, 시공기술자, 공무 및 기타 보조인력 등에 제공하는 노동력의 대가를 의미한다. 14.5∼15% 내외로 형성된 현행요율을 1∼2%p씩 올려 부족한 현장관리 인건비를 일정 부분 보충한다.
이밖에 천재지변, 화재 등 사고에 따른 시설물 또는 제3자 손해를 보전하는 공사손해보험 의무가입대상을 중소형 공사로 확대(200억이상 고난이공사 등→100억이상 고난이도 공사 등)했다. 사고발생에 따른 발주기관과 건설사의 부담을 완화하고 피해복구 역량을 높이겠다는 뜻이다.
정석한 기자 job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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