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1일 오전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대한경제=김광호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1일 ‘상법 개정안’에 대해 국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한덕수 권한대행이 행사한 7번째 거부권이자, 윤석열 정부 들어선 41번째다. 여당과 재계에서는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냈지만, 야당은 “할 일은 하지 않고 하지 말라는 일만 하는 ‘청개구리 총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 대행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을 포함한 대다수 기업의 경영환경 및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에서 보다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재의요구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국회에 상법 개정안의 대안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를 촉구했다. 그는 “상장회사 중심으로 일반주주 보호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 관행이 정착되고 관련 판례도 축적되어 가면서 단계적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 우리 현실에 더욱 적합할 것”이라면서 “재의 요구 법안과 정부가 제시한 대안을 함께 놓고 국회에서 다시 한번 심도 있게 논의하여 바람직한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지난달 13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회사의 이사가 충실 의무를 다해야 하는 대상을 회사뿐 아니라 주주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정부가 상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자 국민의힘과 경제계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당연한 결론”이라며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상법 개정안을 (국회 재표결에서) 부결시킨 뒤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를 더불어민주당과 적극 협상하겠다”며 “자본시장법을 통해 상장기업만 규율해 부작용이 있는지 살펴본 후 다음 단계로 나아가도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경제8단체도 한 대행의 재의요구권 행사 직후 공동 입장문을 통해 “다행스럽게 평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입장문에는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상법 개정안은 주주가치 제고라는 입법 목적은 달성하기 어려운 반면, 기업의 신산업 진출을 위한 투자 저해,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위협 등 기업 경영에 미칠 부작용이 크다”며 “상법보다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한 핀셋 처방이 기업의 합병ㆍ분할 과정에서 일반주주를 보호하는데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한 대행을 비판하면서 상법 개정안을 재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한 권한대행이 복귀하자마자 시장경제 질서를 바로잡기는커녕 혼란스럽게 만드는 선택부터 했다”며 “민주당은 어떤 일이 있어도 상법 개정을 포기하지 않고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우선 상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재의결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국회에서 재의결하려면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상법 개정안에 찬성하는 의원들이 있는 만큼 민주당은 이탈표를 확보해 재의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편, 한 대행은 이날 국민연금 보험료율(내는 돈)을 9%에서 13%로 상향하고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41.5%에서 43%로 올리는 내용이 담긴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공포했다. 개정안은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된다.
김광호 기자 kkangho1@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