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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27일 대심판정에서 헌법소원 등 일반 사건 40건을 선고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운명이 오는 4일 결정된다.
헌법재판소는 1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4일 오전 11시 진행한다고 공지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1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후 111일 만에 윤 대통령 탄핵 여부에 대한 결정이 내려지게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91일을 훌쩍 넘긴 역대 최장 기록이다.
아울러 헌재는 이번 선고 기일에 방송사의 생중계와 일반인 방청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선고에서 현 재판관 8명 중 6명 이상이 ‘인용’ 결정을 내릴 경우 윤 대통령은 즉각 파면된다. 윤 대통령은 선고일부터 5년간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으며 형사상 불소추특권도 사라진다. 경호ㆍ경비를 제외하고는 전직 대통령으로서 아무런 예우도 받지 못하게 된다.
또한 대통령 대행 체제 속에서 60일 이내에 대통령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 5월 말이나 6월 초 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6명 미만이 인용 의견을 낼 경우 탄핵소추는 ‘기각’되고 윤 대통령은 즉시 직무에 복귀한다. 이 경우 윤 대통령이 기각ㆍ각하 결정 직후 ‘대국민 성명’ 등을 통해 12ㆍ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소회와 향후 정국 구상 등을 밝힐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헌재는 약 3개월에 걸쳐 11차례 변론기일을 열고 16명에 대한 증인신문 등을 진행한 후 지난 2월25일 변론 절차를 종결했다. 재판관들은 변론절차 종료 이후 약 2주 뒤 선고를 내린 노무현ㆍ박근혜 전 대통령 사례와는 달리 이번에는 한 달 넘게 논의를 진행하며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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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진보당 관계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연합 |
헌재가 숙고를 거듭하는 사이, 탄핵소추 ‘인용’을 예상하는 측과 탄핵 ‘기각ㆍ각하’를 전망하는 진영 간 논리도 첨예하게 부딪혔다.
당장 선고기일 지정이 예상보다 늦어진 것을 놓고도 탄핵을 반대하는 측에선 재판관 사이 이견이 상당하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탄핵 찬성 측은 윤 대통령 측이 끊임없이 제기한 절차적 문제 등 논란의 소지를 해소하고 재판의 ‘완결성’을 높이기 위한 행보라고 반박한다.
헌재가 탄핵심판에 착수하며 정리한 이른바 ‘5대 쟁점’은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성 △포고령 1호 발령 △군ㆍ경을 동원한 국회 활동 방해 △군을 동원한 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 △정치인ㆍ법조인 체포 지시다. 이 중 하나라도 중대한 위헌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파면’ 결정이 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대 쟁점 사항으로는 탄핵소추의 직접적 배경이 된 ‘계엄 선포’와 ‘포고령 1호’가 지목된다.
국회 측과 탄핵 찬성 진영에선 계엄 선포 당시 집회ㆍ언론 자유 등을 사실상 금지한 포고령 1호와 유일하게 계엄을 해제할 수 있는 국회의 의결 과정을 막은 것 자체가 중대한 위헌ㆍ위법 사항이라고 주장한다. 박 전 대통령 당시처럼 ‘뇌물죄’ 등 개인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한 부패 사건을 뛰어넘는 ‘헌정 문란’ 사건이라는 것이다.
탄핵 반대 진영에서는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의 고유권한’, ‘통치행위’라며,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윤 대통령 측은 변론에서 ‘계엄 선포 2시간 만에 해제’, ‘사회는 이미 계엄 이전으로 복귀’ 등을 주장하며 위헌ㆍ위법의 ‘중대성’을 희석시키는 데 주력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에 앞서 결론난 탄핵심판 사건에 대한 헌재의 판단도 ‘참고’ 사항이 될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윤 대통령 탄핵심리의 최대 쟁점인 ‘비상계엄’ 등에 대한 직접적인 판단은 없었지만, 세부 사안에 대한 재판관들 사이 이견이 표출되는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달 24일 한 총리 탄핵심판의 경우 기각 결정을 내린 5명 중에서도 핵심 쟁점인 ‘헌법재판관 임명 부작위’에 대해 4명은 위헌ㆍ위법이라고 판단한 것에 반해, 1명은 위헌ㆍ위법적 요소가 없다고 봤다. 또한 위헌ㆍ위법하다고 한 4명은 인용 의견을 낸 정계선 재판관과 달리 파면에 이를 정도의 ‘중대성’은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하나의 쟁점만으로도 이같이 엇갈린 것을 감안할 때 중요 쟁점이 적지 않은 윤 대통령 탄핵 심리는 한층 더 첨예하게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
또 지난달 13일 최재해 감사원장과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에서는 재판관 전원 일치로 이들의 소추를 모두 ‘기각’한 바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계엄령의 핵심 배경 중 하나로 꼽은 ‘탄핵남용’ 주장에 대해서는 “국회 탄핵소추 의결 과정에서 법정 절차가 준수되고 피소추자의 헌법 내지 법률 위반행위가 일정 수준 이상 소명됐다면, 정치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다 하더라도 남용으로 볼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선고 당일 절차와 방식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관례에 따라 전원일치로 결정을 내린 경우 재판장이 이유의 요지를 먼저 설명하고 마지막에 주문을 읽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의견이 갈렸을 경우, 별개ㆍ보충의견이 있으면 재판장이 주문을 먼저 읽고 재판관들이 법정의견과 나머지 의견을 각각 설명하는 게 통상적이다. 다만 선고 순서는 전적으로 재판부의 재량에 달린 것이어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 측은 선고기일 지정에 “차분하게 헌재의 결정을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관심을 모은 윤 대통령의 선고기일 출석에 대해선 아직 ‘미정’이라고 전했다.
국회 탄핵소추위원인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은 “계엄 선포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위헌 행위”라며 윤 대통령을 파면해 헌법 수호의 의지를 보여달라고 헌재에 요구했다.
강성규 기자 g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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