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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권 / 강서ㆍ양천구 점토층으로 연약지반으로 분류
도심권 / 지하철역 밀집 영향
강남권 / 지하철역+ 각종 굴착공사장이 지반침하 요인
[대한경제=임성엽 기자] <대한경제>가 단독입수한 ‘지반침하 위험지도’는 도심(CBD), 강남권, 서남권역 등 서울시가 그동안 강조해 온 지하안전관리 강화 방안 상 지역적 범위와 일치했다. 지반이 무르고, 지하철역사가 밀집해 있거나, 굴착공사장이 다수 분포된 지역을 집중적으로 관리해 지반침하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연약지반+지하철 밀집지역 집중
우선 서남권역에서 강서구와 양천구는 지반 자체가 점토층에 속한다. 자연현상으로 지반 변동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입자 크기가 작고 무른 흙인 점토는 각종 상부구조물의 하중을 충분히 지지할 수 없는 지반인 연약지반으로 분류된다.
도심권역은 이동편의를 극대화하기 위한 지하철역사가 밀집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서울시에선 하루에 약 20만톤의 유출지하수가 발생하는데, 이 가운데 지하철 발생 비중이 78%에 달한다. 다만 유출지하수의 86%는 하천유지에 활용되지만 지하수 배수 시 지하수위가 하강하면서 지반의 침하나 공동 유발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실제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2015~2021년까지 공동, 지반침하 발생건수 5817건 중 지하철 역 200m 이내 발생 비율은 32.4%(1890건)로 집계됐다.
강남권역은 지하철역사 밀집과 함께 각종 굴착공사장이 지반침하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삼성역과 봉은사역을 잇는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사업은 GTX와 위례신사선 통합역사와 함께 버스환승정류장, 상업시설이 조성되는데 최대 굴착 깊이가 53.4m에 달한다. 공사장은 침하 규모도 19.9㎡로 지하시설물(4.6㎡)보다 4.3배 높은 데다, 인명피해 발생률도 40%로 노후관로 손상으로 야기된 지반침하 사고(7%) 대비 5.7배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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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 월릉교와 강남구 대치우성아파트를 왕복 4차로로 잇는 동부간선도로지하화 건설공사는 최대 굴착 깊이가 100m에 육박한다. 이런 대형공사장은 차수대책이 미흡할 경우 토사가 유출돼 공동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지하복합개발 과정에선 지반 구성이 변하고 하중이 증가해 침하발생 가능성이 상존한다.
이처럼 서울시가 공동(空洞) 정비구역을 등급화해 집중관리하려는 이유는 공동발생 과정의 특이성 때문이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5~2021년 서울시 지반침하 사고 분석결과 100m 이내 공동이 발생한 사례는 67%에 달했다. 10m 이내는 15.3%, 50m 이내는 48.2%로 집계됐다. 공동이 발생한 인접지역을 포함해 주기적으로 검사가 필요한 이유다.
지반침하 위험지도 공개 이유는
본지가 서울시의 ‘지반침하 위험지도’를 공개하기로 한 이유는 위험지도라는 이름 자체가 오해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특히 시가 이 지도를 비공개하면서 지역사회에서는 근거 없는 낭설들이 확대 재생산되는 등 서울 관내 지하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
지반침하 위험지도가 내포하는 바는 현재의 위험성이 아니다. ‘지반침하 위험지도’의 원 명칭은 지표투과레이더(GPR) 우선 정비구역도(圖)다.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공동을 사전에 예방하자는 차원에서 서울시가 GPR 탐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내부 관리용으로 개발한 자료다. 서울시도 “그 자체로 지반 위험도를 나타내는 자료가 아니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지반침하 위험지도와 건축물의 안전성과는 상관관계가 전혀 없다는 지적이다. 이미 서울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복잡한 ‘지하도시’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 관내에는 총 연장 350㎞가 넘는 지하철이 운행되고 있고, 지하에 매립된 하수관로만 1만㎞가 넘는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부터 영동대로 지하공간복합개발 공사까지, 지하안전평가 대상 굴착공사장만 지난해 9월 말 기준 213개소를 운영 중이다.
투명한 정보공개는 중대시민재해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재난예방 선진국들도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 일본 도쿄도는 지역별 지진 위험도를 측정, 종합위험도 등급 1~5등급으로 분류, 지진재해지도를 제작해 공개하고 있다. 일본은 거주지역에 지진 위험성을 인식, 평소부터 충분한 대비와 대책을 시민 스스로 강구할 것을 요청하기 위해 이런 지도를 널리 알리고 있다.
시민 의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시민 스스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면 정부 스스로도 더 안전에 대해 신경을 쓸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도출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한 토목전문가는 “아파트를 비롯한 서울 건축물들은 주 동에 파일을 암반까지 박는 등 내진설계까지 완비된 건축물로 지반침하 위험지도가 공개된들 부동산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서울시의 지반침하 위험지도는 건축물 주변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동을 미리 찾아 제거한다는 개념으로 오히려 등급이 높을수록 먼저 정비해 나가겠다는 정책적 우선순위 지역으로 파악하면 된다”고 말했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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