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이달부터 기관용 CBDC 프로젝트 시작
세븐일레븐서 결제하면 한도 없이 10% 할인
![]() |
은행앱 내 전자지갑 화면 및 CBDC로 구매한 상품들./사진=김봉정 기자. |
[대한경제=김봉정 기자] “네 10% 할인 받으셔서 1620원 결제되셨습니다”
2일 기자가 서울 중구의 한 세븐일레븐에서 디지털화폐(CBDC)로 정가 1800원짜리 바나나 우유 하나를 결제하자 직원이 해준 말이다.
이는 한국은행이 이달부터 진행하는 CBDC 테스트(프로젝트 한강)의 일환이다. 한은은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면서 화폐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테스트 기간 동안 세븐일레븐에서 CBDC로 결제할 시 모든 상품에 한도 없이 1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술과 담배, 1+1 특별할인 제품 등을 제외하면 한도 없이 무조건 10% 할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참여 방법은 CBDC 테스트 참가 은행에서 전자지갑을 만든 후 기존 은행 계좌에 있던 예금을 예금 토큰으로 전환하면 된다. 그후 전자지갑에서 ‘QR 보여주기’를 선택한 뒤 생성된 코드를 통해 계산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기자도 이 과정을 통해 1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처음 은행 슈퍼앱에서 전자지갑 화면에 접속하기 위해 로그인 한번, 예금 토큰 사용을 위해 또 한번 등 두 차례의 로그인을 해야 한다는 불편함은 있었지만 10% 할인을 고려하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실제 현장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CBDC 가맹점인 이디야커피에서 근무하는 알바생 A씨는 “오늘 6명 정도가 CBDC로 결제를 진행했다”며 “키오스크 결제가 안돼 현금계산처럼 매대에서 결제해야 하지만 결제 자체에서 기존과 다른 점은 없다. 점주 입장에선 계좌만 연결하면 바로 정산을 받을 수 있어 편리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도 “현재까지 들어온 민원이나 문의는 따로 없었다”며 “가맹점 입장에서는 수수료 없이 진행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문제, 국가 통제 강화 등의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한은은 이번에 발행한 CBDC는 기관용으로 참가은행들만 보유하고, 중앙은행에선 참여자와 실제 거래 내역 등을 전혀 알 수 없게 설계됐다는 입장이다.
즉 이번 CBDC는 가계, 기업 등 일반 경제주체들이 직접 사용할 수 있는 ‘범용’이 아닌, 금융기관 간 자금거래 등의 용도로 사용되는 ‘기관용’이라는 것이다.
김동섭 한은 디지털화폐 기획팀장은 “중국과 같은 개인용(범용) CBDC와 달리 한국은 현재 기관용도 테스트 단계로 관련 우려는 무관한 부분”이라며 “한국은 범용을 도입한다고 해도 걱정하는 방식으로 추진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개인용 CBDC에 대해선 새로운 제도이기에 어떻게 안전하게 진행할 것인지가 결정되기 전에는 당장 도입할 필요성이 없다는 반응이다.
또한 미국도 반대하는 CBDC를 우리나라만 테스트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유신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은 “미국의 경우 이미 통화 주권을 가진 발권국으로서 달러 패권을 CBDC로 넘기지 않기 위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집중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여러 테스트를 해보고 유리한 쪽을 취하는 것이 맞다”고 전했다.
한편, 한은은 오는 6월까지 개인간 송금, 바우처 기능 등을 추가해 테스트 범위를 확장해나갈 예정이다. 참여자가 느끼는 불편한 점에 대해서도 점차 개선해나갈 계획이다.
김 팀장은 “테스트 2일 차로 따로 목표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예상보다 신청자 수도 많고 시스템도 이상 없이 작동하고 있어 다행”이라며 “유저 경험을 주의 깊게 보면서 정식 도입이 된다면 가맹점 수 등을 늘리는 등 보강하겠다”고 언급했다.
김봉정 기자 space02@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