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동맹 가치 앞세우기보다 韓 가치 높이는 ‘스토리텔링’ 필요
안보ㆍ경제 계량화해 설득력 있어야
협상에 따른 관세 수위 조정이 변수
다른나라와도 손잡고 대응전략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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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콘퍼런스센터 열린 ‘트럼프 상호관세,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세미나에서 통상 전문가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여한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박인원 고려대 명예교수, 허윤 서강대학교 교수, 정철 한경협 CRO 겸 한경연 원장, 최병일 태평양 통상전략혁신 허브 원장,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이윤희 포스코경영연구원 상무 / 사진 : 김희용 기자 |
[대한경제=김희용 기자] “트럼프의 상호관세는 협상의 시작점일 뿐 최종 종착점이 아니다. 트럼프가 내놓는 발언이 나올 때마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침착하게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당당하게 협상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26%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한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FKI타워 콘퍼런스센터에 모인 통상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세미나는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각계의 통상 전문가를 초청해 트럼프 2기 상호관세 내용을 분석하고, 향후 한국 정부 및 기업의 대응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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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한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 발제를 하고 있는 모습 / 사진 : 김희용 기자 |
이날 발제를 맡은 여한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이 13년째 FTA 파트너이고 미국의 주요 반도체ㆍ자동차ㆍ배터리 산업에 기여했음에도 26%가 부과된 것은 예상보다 높다”면서도 “협상의 여지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는 맥시멈 프레셔(최대 압박) 전략을 통해 처음에 세게 요구한 뒤 중간 형태의 결과를 찾는 방식”이라며 “협상 과정에서의 롤러코스터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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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 한경협 CRO 겸 한경연 원장이 발제를 하고 있는 모습 / 사진 : 김희용 기자 |
정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정책을 △협상 수단 △처벌 수단 △거시경제적 목적 달성 수단으로 활용한다고 분석했다.
정 원장은 “오늘 발표된 상호관세 수치의 산정 근거가 공개되지 않았다”며 “WTO 체제와 FTA 무력화를 우려케 하는 발표였지만, 협상을 통해 관세를 낮출 가능성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조선ㆍ방위산업ㆍ원자력 협력 등 산업협력과 안보동맹을 활용한 대미 아웃리치 전략을 잘 짜면 희망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민관 합동 ‘원팀 코리아’를 통한 대미 아웃리치 활동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원장은 “싱크탱크 네트워크와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을 활용해 정부 간 협상 외에도 경제계 역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 역시 미국과의 협상에서 한국의 ‘특별함’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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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박인원 고려대 명예교수, 허윤 서강대 교수, 정철 한경협 CRO 겸 한경연 원장, 여한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김창범 한경협 부회장, 최병일 태평양 통상전략혁신 허브 원장,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이윤희 포스코경영연구원 상무 / 사진 : 김희용 기자 |
최병일 태평양 통상전략혁신 허브 원장은 “트럼프는 사업가적 협상 방식을 활용하는 정치인으로, 전통적인 동맹의 가치를 앞세우기보다는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부각시키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면서 “한국이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정책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미국이 협력을 요구한 조선업 역시 한국의 제조업의 일부분이고, 미국의 안보와도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한국만이 갖고 있는 안보ㆍ경제적 가치를 계량화해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한다”며 힘을 보탰다.
특히, 전문가들은 미국이 한국에 대해 예상보다 높은 상호 관세를 발표했지만, 다른 나라들도 함께 높은 수준의 상호 관세를 부과받았다는 점에서 우리 기업과 정부가 원팀을 이뤄 대응한다면 오히려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재민 원장은 “한국의 26% 상호관세율은 중국ㆍ일본ㆍEU 등이 부과받은 관세와 비교해보면 충분히 대응 가능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최악의 상황은 피한 것”이라며 “단기적으론 2∼3개월, 장기적으론 향후 1∼2년이 중요할 것이기 때문에 민관협력을 체계화ㆍ전략화해 대응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윤희 포스코경영연구원 상무도 “기업 입장에서는 대미 수출 위축은 불가피하지만, 상호관세와 품목별 관세가 중복되지 않는 것은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이 상무는 “향후 협상에 따른 관세 수위 조정이 핵심 변수”라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 제조업이 어떻게 편입될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다른 나라들과의 협력을 확대해 글로벌 대응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도 잇따랐다.
여한구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한국과 일본은 매우 비슷한 입장에 놓였다는 점에서 한일 간 전략적 협력을 통해 협상력을 배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인원 고려대 명예교수는 “올해 한국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주최하는데, 주요 기업들의 최고경영자 정상회의(CEO 서밋)도 함께 예정돼 있다”면서 “이 자리에서 한국이 자유무역체제 강화를 위한 논의를 주도해야 하고,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를 통해 대응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노력을 곁들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희용 기자 h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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