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가치 상승…올해 코스피 예상 밴드 상향
미국 관세 여파 여전…금융 시장 불안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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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권해석 기자]지난 4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으로 금융권도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극심해진 각종 코리아디스카운트(한국 저평가)가 약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다만, 미국의 관세 폭탄이라는 대외 변수가 여전하고 새 정부가 출범할 때까지는 구체적인 금융정책이 나오기 어렵다는 점에서 혼란이 완전히 사라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값비싼 비상 계엄 비용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5년물 한국 CDS 프리미엄은 38.7bp(1bp=0.01%포인트)이다. 비상계엄이 있었던 지난해 12월 말 37.7bp까지 높아졌던 한국 CDS 프리미엄은 지난 2월 말에는 29.0bp까지 내려갔지만, 지난달에는 비상계엄 직후 수준까지 올라간 것이다. CDS 프리미엄은 국가 신용 위험도가 높을수록 상승한다.
해외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투자 위험도가 높아진 데는 지난해 12월 국회 탄핵 의결부터 헌재의 대통령 탄핵심판까지 절차가 길어진 영향도 적지 않았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불안한 정치 상황은 원화가치 하락으로 이어졌고, 외국인 투자자가 우리나라를 떠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비상계엄 전 달러당 1400원 아래에 있었던 원ㆍ달러 환율은 지속적으로 올라 지난달 31일에는 1474.4원까지 오르면서 1500원을 위협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비상계엄이 있은 지난해 12월4일부터 지난 4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는 14조681억원을 순매도했다.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 기대
시장에서는 조기 대선 확정으로 코리아디스카운트를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당장 한국 CDS 프리미엄 하락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많다. 은행권 관계자는 “CDS 프리미엄이 높으면 외화조달 비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CDS 프리미엄이 내려가면 외화수급 측면에서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원ㆍ달러 환율이 안정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 직후 원달러 환율은 크게 내려갔다. 지난 4일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무려 32.9원 내려간 1434.1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화 가치가 올라가면 국내에 투자할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차손 우려를 덜 수 있다. 국내 증시 개선 기대감을 높이는 지점이다. NH투자증권은 올해 코스피 예상 밴드를 기존 2250∼2850포인트에서 2380∼2850포인트로 조정했다.
◆불확실성 여전 우려도
다만, 금융권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파면에도 금융시장이 불안 요인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미국의 관세 폭탄의 여파가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당장 미국의 전방위적 관세 부과로 시장 금리 인하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이 지금의 관세 정책을 오래 유지할수록 미국 내 소비자물가가 올라가고,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내리기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미국의 시장금리가 내려오지 않으면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 이탈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일 헌재의 탄핵 선고 이후 외국인투자자의 국내 증시 이탈은 더 거세졌다. 외국인투자자는 지난 4일 코스피 시장에서 1조7865억원을 순매도 했다. 이날 외국인투자자의 순매도액은 지난 2021년 8월12일 1조8823억원 이후 가장 컸다.
기존의 정부 정책이 힘을 잃을 가능성이 커진 점도 고려대상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결국은 차기 대통령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가 중요할 것”이라면서도 “지금 정부에서 추진하던 정책들을 계속 추진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권해석 기자 hae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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