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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신(信), 의탁할 탁(託).
믿고 맡긴다는 신탁이 정비사업에서 흔들리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신탁사들의 재무건전성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각종 리스크까지 추가되면서 예비신탁사 선정이 취소되거나 불발되는 사태가 벌이지고 있다.
목동신시가지 1단지는 지난해 10월 한국토지신탁을 예비신탁사로 선정했는데 이후 업무협약(MOU)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계기로 한토신 임직원의 불법 사익 추구 등 비리가 알려지면서 목동1단지 소유주들의 반대가 거세지고 결국 MOU 체결이 불발됐다.
이후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이하 재준위)는 코람코자산신탁을 예비신탁사로 선정하는 안건을 상정해 논의했지만, 이마저도 최종 부결됐다.
대주주인 LF에서 코람코자산신탁의 신탁업 분리매각을 시도한다는 소문이 돌자 재준위에서 코람코자산신탁의 예비신탁사 선정을 부결한 것이다.
이곳은 현재 우리자산신탁과 신한자산신탁 컨소시엄이 예비신탁사로 선정돼 MOU 체결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목동1단지 재준위는 오는 15일까지 소유주 의견을 수렴하고 이후 사업방식과 예비신탁사와의 MOU 체결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목동7단지가 최근 신탁방식에서 조합방식으로 선회했다.
소유주 투표를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0% 정도가 조합방식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곳은 2023년 10월 코람코자산신탁과 업무협약을 체결했지만, 이후 사업방식을 놓고 소유주간 갈등이 지속됐다.
조합방식을 선호하는 소유주가 많다는 것은 신탁사의 도움 없이도 충분히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목동신시가지 14개 단지 중 신탁방식을 선택한 단지는 8개 단지(1ㆍ2ㆍ5ㆍ9ㆍ10ㆍ11ㆍ13ㆍ14단지)이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극심한 지방에서도 신탁방식에서 조합방식으로 선회한 단지가 나왔다.
원주 단계주공 재건축 사업은 2020년 7월 사업대행자로 한토신을 선정해 사업추진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됐지만, 실제로 한토신이 자금조달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조합이 한토신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신탁방식에서 조합방식으로 사업이 전환되면서 기존 시공사인 DL이앤씨도 사업추진 의지가 꺾이게 됐고 결국 HDC현대산업개발이 새로운 시공사로 선정됐다.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지방의 정비사업 조합은 물론 시공사로 선정된 건설사들이 일반분양 시기를 미루면서 사업이 늘어지고 있다.
전문성과 공공성을 갖춘 신탁사가 정작 필요한 곳은 사업추진이 어려운 정비사업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사업추진이 어려워진 지방 사업에 소극적이면서 입지가 양호한 수도권 정비사업 수주에 치중하는 신탁사의 신뢰를 저버린 행보가 아쉽다.
황윤태 기자 h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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