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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하자 서울 종로구 안국동사거리 일대에 모인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안윤수 기자 ays77@ |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이 내란죄 성립 여부를 가리기 위한 형사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형사재판은 헌법재판과 엄연히 다르지만, 법조계에서는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와 관련된 사실관계를 모두 인정한 만큼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는 오는 14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첫 정식 재판을 연다.
재판부의 구속취소 결정에 따라 풀려난 윤 전 대통령은 첫 공판준비기일 이후 약 두 달 만에 다시 법정에 서게 됐다. 공판준비기일과 달리 정식 재판 단계에서는 피고인에게 법정 출석 의무가 있다.
재판 과정에서는 비상계엄 선포가 ‘국헌 문란’ 목적의 ‘폭동’인지가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형법 제87조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ㆍ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키는 것’을 내란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형법상 ‘국헌 문란’은 △헌법ㆍ법률에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헌법ㆍ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과 △헌법에 따라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시키거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내란의 우두머리는 사형이나 무기징역ㆍ금고로, 모의에 참여ㆍ지휘하거나 중요한 임무에 종사한 경우에는 사형이나 무기징역ㆍ금고 또는 5년 이상의 징역ㆍ금고로 처벌된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 선포에 국헌 문란의 목적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평화적 계엄’으로 폭동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헌재의 판단에 따라 “내란죄 유죄 인정으로 가는 고속도로가 뚫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헌재 결정문에 내란죄 성립 여부에 대한 명시적인 판단은 없지만, 탄핵소추 사유로 주장된 사실관계는 동일할 뿐만 아니라 형사재판에서도 그대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다.
판사 출신인 차성안 서울시립대 로스쿨 교수는 “(헌재 결정문에) 내란죄 인정에 필요한 법리와 사실 인정이 대부분 녹아 있다”며 “(1심) 재판부가 헌재 판단에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형사재판에서도 헌재의 사실관계 인정과 법리 판단을 중요하게 고려하거나 같은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내란죄 성립 여부의 핵심은 계엄 선포 이후 병력을 투입할 때 국회 기능 등을 ‘상당 기간’ 정지하려는 목적이 있었는지가 핵심인데,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이 병력 투입으로 국회의 계엄해제요구권 행사를 방해해 계엄과 포고령의 효력을 상당 기간 지속시키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는 결국 시민들의 저항과 군ㆍ경의 소극적 저항으로 2∼3시간 만에 계엄이 종료됐다 하더라도 내란죄에서 국헌 문란 목적이 인정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차 교수의 설명이다.
특히 파면 결정에 따라 헌법상 ‘불소추 특권’도 사라지면서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과 관련해 내란 혐의 이외에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 다른 혐의로도 수사를 받을 전망이다.
실제로 검찰은 지난 1월 내란 혐의 기소 당시에는 적용하지 않았던 직권남용 혐의로 윤 전 대통령을 추가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과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수사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등을 들여다보기 위해 검찰이 강제수사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해병대원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수사도 다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검이 검토 중인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 대한 재수사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이용된 것은 맞지만, 범행을 공모했거나 관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김 여사에 대해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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