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ㆍ이미선 재판관 18일 퇴임
대통령 지명 몫 사실상 ‘올스톱’
법조계 “마은혁 논쟁 매듭지어야”
대법관 공석사태도 역대최장 기록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으로 큰 고비는 넘겼지만, 문형배ㆍ이미선 재판관의 퇴임 이후 또다시 ‘6인 체제’로 사실상 ‘개점휴업’에 들어갈 위기에 놓였다.
법조계에서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그동안 임명을 미뤄왔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해 이 같은 위기를 일부 해소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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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마용주 대법관 후보자/ 사진: 연합뉴스 |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문형배ㆍ이미선 재판관은 6년 임기를 마치고 오는 18일 퇴임한다.
헌법은 헌재를 구성하는 9명의 재판관 중 3명은 대통령이 직접 지명ㆍ임명하고, 3명은 국회에서 선출, 3명은 대법원장이 지명한 사람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가뜩이나 한 명 모자란 8인 재판관 체제인 헌재는 이들 2명이 퇴임하면 6인 체제로 쪼그라든다.
게다가 문형배ㆍ이미선 재판관은 대통령 지명 몫이어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후임을 지명ㆍ임명하기는 어렵다는 게 헌법학계의 중론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역할은 그야말로 ‘현상 유지’ 수준에 머물러야 한다는 이유다.
헌재의 사건 심리를 위한 ‘심리 정족수’ 규정의 효력은 일단 멈춰진 상태다. 헌법재판소법 제23조 1항은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헌재는 지난해 10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헌법소원과 함께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임기 만료에 따라 재판관 공석 상태가 된 경우’에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도록 효력을 정지시켰다.
법률의 위헌, 탄핵, 정당해산 결정이나 헌법소원 인용 결정에는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만큼 이론상으로는 재판관 6명으로도 사건 심리와 선고가 가능한 셈이다.
하지만 6인 체제로는 사실상 헌재 마비가 불가피하다는 게 법조계의 지적이다. 명확한 선례가 있는 사건 등은 6인 체제로도 심리가 가능하겠지만, 사회적으로 파급력이 큰 중요한 사건 심리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재판관 6명이 내린 결론에 대해 정당성 논란이 불거질 우려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헌재 마비를 피하려면 한 대행이 국회 선출 몫인 마은혁 후보자를 임명해 최소한 7인 체제로 헌재가 사건 심리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헌법연구관을 지낸 이황희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앞서 헌재가 ‘헌법재판관 임명 부작위’에 대해 위헌ㆍ위법이라고 판단한 점을 거론하며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도 마무리된 만큼 이제는 한 대행이 마은혁 후보자를 임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에 따라 한 대행이 더 이상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점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싣는다.
반면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마은혁 후보자에 대해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많을 뿐만 아니라 당초 한 대행이 ‘여야가 합의하면 즉시 재판관을 임명하겠다’고 했던 만큼 여야 합의를 다시 해 중도적인 인물로 후보자를 교체하는 방안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제안했다.
다만 마은혁 후보자가 재판관으로 정식 임명돼 7인 체제가 되더라도 사건 심리는 가능하지만 결정을 내리지는 못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란 예상도 있다. 결국 대선 이후 새 대통령의 지명에 따라 문형배ㆍ이미선 재판관의 후임이 임명될 때까진 헌재가 제대로 돌아가긴 어렵다는 것이다.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불거진 대법관 공석 사태도 역대 최장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2월27일 김상환 전 대법관이 퇴임한 이후 후임 자리는 이날까지 101일째 비어있다. 마은혁 후보자 임명 여부를 놓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벌어지면서 마용주 대법관 후보자 임명 가능 여부로도 불똥이 튀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대법관 공석 사태는 기존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지금까지 여야 간의 정쟁으로 국회에서 임명동의안 처리가 늦어져 대법관 임명이 지연된 사례는 많았지만,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했는데도 대법관 임명 자체가 미뤄진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용주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김 전 대법관이 퇴임하던 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대법관 1명이 한 해 처리하는 사건 수만 4000여건에 달하는 상황에서 김 전 대법관에게 배당됐던 상고심 사건의 심리는 중단됐고, 사건 재배당도 이뤄지지 않아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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