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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김현희 기자] 은행권의 수출기업 금융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가 연이은 가운데 중형 조선사 선수금환급보증서(RG, Refund Guarantee) 발급 확대를 위한 가이드라인이 이르면 다음달 중에 나온다. 중형조선사 수주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마련해 시중은행 자체적으로 중소형 조선사의 RG 발급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 정책에 따른 국내 수출기업의 자금조달 문제를 타개하고자 은행권의 수출기업 대출에 대한 자본규제 완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은행권과 중소형 조선사의 수주 가이드라인에 대해 논의하는 설명회를 진행했다. 중소형 조선사의 선박 RG 발급을 자체적으로 하는 은행에 대해서는 해당 RG발급건에 대해 면책 특례를 부여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회계법인이 사업성 검토를 마친 RG 발급 건에 대해서는 면책 특례를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추가로 은행권의 리스크 관리를 위해 지난해처럼 흑자전환한 조선사들이 취급하는 선박 수주로 한정하기로 했다. 지난해 흑자로 전환한 곳은 대한조선·케이조선·HJ중공업 등이다. 대선조선은 올해 영업흐름을 이어가면 흑자전환이 가능한 것으로 전망됐다. 이들 4개사의 수주실적은 지난 2022년 19억2000만달러(2조8200억원)에서 지난해 23억3000만달러(약 3조4200억원)으로 21% 늘었다.
은행권의 RG발급을 원하는 중형 조선사들은 선박 수주 규모 만큼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이는 해당 수주 건에 대한 사업성 검토를 진행하는 회계법인 등에게 검토받아야 한다. 금융위는 선박 수주에 대한 사업성 검토를 진행할 때마다 해당 조선사의 유동성 점검을 하는 만큼 회계법인의 검토심사가 핵심이라는 의견이다.
금융위는 이같은 내용을 담아 이르면 다음달 중으로 중형 조선사 수주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 가이드라인은 원래 한국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가이드라인인데, 이를 은행권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조선사의 RG발급은 현재 산은과 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의 특례보증 등으로 한정됐는데 은행권의 자체 발급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금감원은 수출 중소기업 대출에 대해 국제결제은행(BIS) 자본규제상 위험가중치를 직간접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한다. 지난 3일 금융연구원이 한국은행과 공동 주최한 컨퍼런스에서도 기업금융에 대한 자본규제 완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는데, 이를 구체화하는 작업으로 풀이된다. 이복현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미국 상화관세 대응 점검 회의를 열고 "은행들이 관세 부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원활히 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자본 규제 관련 인센티브 부여 방안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은행권은 밸류업 정책 등으로 위험자산을 늘리는 게 부담스럽다는 의견이다. 중형 조선사 RG발급도 지난해 무보 특례보증(95%)으로 대한조선과 케이조선 건을 취급했지만, 면책특례라고 해도 위험가중자산을 늘리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는 것이다. 수출 중소기업 대출도 자본 규제를 어디까지 완화해주느냐가 관건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조선업 육성과 수출기업 지원 등 모두 중요하지만 금융지주와 은행의 밸류업 정책까지 고민하면 위험자산 부담이 커진다"며 "조선사 RG발급도 보증을 보다 늘려주면 그만큼 자체적으로 운영자금 지원을 더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희 기자 m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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