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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도, 기업도 경기침체 우려 '몸사리기'…3월 기업대출, 2005년 이후 첫 '마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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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4-09 12:46:03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김현희 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에 은행과 기업들이 모두 몸사리기에 들어갔다. 은행은 건전성 관리 등을 위해 기업대출을 줄이는 한편, 기업들은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투자 유보 및 재무구조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은행과 기업의 이같은 몸사리기에 기업대출은 3월 기준 20년만에 첫 감소세를 기록, 회사채 이어 기업어음(CP)과 단기사채도 발행보다 상환 규모를 더 늘리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행은 3월 중 금융시장 동향을 통해 은행권의 기업대출이 2조1000억원 줄어든 1324조3000억원을 기록했다고 9일 밝혔다. 지난해 12월의 감소세인 11조5000억원 이후 3개월 만에 하락세를 보였는데, 3월 기준 기업대출이 감소세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05년 3월 1조2000억원 감소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통상 기업대출은 12월에만 결산 등에 따라 감소세를 나타내는데, 투자 확대 등을 고려하는 1분기 3월에 감소세를 보이는 것을 극히 이례적이다. 금융위기였던 2008년과 2009년에도 3월 기업대출은 전월보다 소폭 줄어든 모습을 보여도 '마이너스 기록'이 아니었다. 그만큼 최근 경제상황을 바라보는 은행과 기업들의 관점이 극히 보수적으로 전환됐음을 의미한다. 특히 기업들도 자금난 우려를 타개하기 위해 단기자금조달을 줄이고 오히려 상환 규모를 늘려 채무를 줄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제가 확장되는 분위기라면 대출을 늘려 투자해야 하는 것이 기업임에도 경제가 계속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에 재무구조 개선을 보다 우선시했다는 의미다.

대기업 대출은 1분기 재무비율 관리를 위해 운전자금 중심으로 상환 규모를 늘리며 7000억원 감소세를 보였다. 중소기업대출은 은행권의 신용리스크 관리 강화, 부실채권 매각·상각 등으로 1조4000억원 감소세였다. 중소기업 부실이 우려되는 만큼 은행들도 신규 대출을 취급하기보다 상환 유도에 더 주력했음을 나타낸다.

회사채도 결산과 주주총회 개최 등 계절 요인 영향으로 순발행 규모가 전월 3조원에서 4000억원으로 줄었다. 단기자금조달인 CP와 단기사채는 전월 1조6000억원 감소세에서 3조7000억원으로 감소폭을 확대하며 2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기업들이 분기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해 순상환 규모를 늘렸기 때문이다.

박민철 한국은행 시장총괄팀 차장은 "대내외 불확실 등으로 지난해 4분기부터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자금 수요가 줄었다"며 "은행들이 신용 리스크 관리 강화에 나서며 중소기업 대출 영업을 축소한 점과 분기말 부실 채권 매상각을 늘린 계절적 요인도 가세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기업활동 위축과 은행권의 보수적인 기업대출 관리를 타개하고자 정부는 중형 조선사 선수금환급보증(RG) 확대와 기업대출에 대한 자본규제 완화 방안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날 정부 관계부처 합동으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는 중형 조선사에 대한 RG 발급 확대를 위한 '조선 RG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8일 금융시장 상황 점검회의에서 미국 관세정책에 따른 수출기업 피해를 지원하고자 은행권의 자본규제 완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현희 기자 m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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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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